나한테 어려우면 남들한테도 다 어렵다
수업을 듣다 보면 나만 쭈구리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나는 강의를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교수님의 질문에 잘 대답한다거나, 심지어 아주 전문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발표 수업에서 나 빼고 다들 중요한 주제를 선정해서 멋진 발표를 하는 것 같다. 조모임을 하면 나는 눈치만 보는데, 내 또래 다른 학생은 척척척 발표를 이끌어나간다. 이미 연구를 여러 개 해 본 사람도 있다.
나는 영어를 잘 못 하는데, 강의계획서에 읽으라는 논문은 죄다 영어고, 수업자료도 영어고, 심지어 어떤 수업은 미리 영어 페이퍼 수십, 수백 페이지를 읽고 퀴즈를 보는 수업도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번역기를 돌려 봐도 번역이 잘 되지 않아 꾸역꾸역 영어 페이퍼를 읽어야 했다. 그런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어쩜 그렇게 많은지.
‘나만 멍청해서 이 수업 못 따라가나봐’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조모임을 하면 내가 이 조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눈치를 보며 가끔 집에 가는 길이 겹치는 사람들에게 “너무 어려워서 하나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아는 게 참 많으신 거 같아요.”하며 하소연하곤 했다. (나는 학부와는 다른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그럴 때 그 분들은 “아니에요, 학부하고는 또 다른 거 같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잘 하실 거 같은데요.”라고 대답해 주시곤 했는데, 그저 나를 위로해주기 위한 착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사람들에게도 수업은 어렵고, 논문 쓰는 것은 헬게이트 그 자체임을 다닐수록 알게 되었다. 매번 영어로 퀴즈를 보는 수업이 있었는데, 영미권에서 학부를 나와서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이 “지난 주는 읽어갔고 이번 주는 안 읽어서 다 찍었는데 맞은 개수가 똑같아요. 그냥 안 읽으려구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응? 나만 10개 중에 2~3개 맞는 거 아니었어?! 나만 이거 읽는 거 힘든 게 아니었어?
나 빼고 다 잘 하는 거 같지만, 모두가 각자의 사정이 있고 모두가 나름의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가끔 나와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혹시 조모임에서 나만 아무것도 몰라서 민폐가 될까봐 전전긍긍한 적이 있는가?
조별로 보고서를 쓴 적이 있었는데, 조원 중 한 명은 영어가 편하고 한국어로 글 쓰는 걸 상대적으로 어려워했다. 한국어로도 글을 잘 쓰긴 했지만, 약간 글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내가 그 어색한 부분만 조금 말투를 다듬었더니 “선생님, 대단해요”하며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게 아닌가. 응? 난 한국어가 유창하니까 그냥 조금 한 것 뿐인데?
조모임은 특별히 똑똑해야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라는 걸 그 때 느꼈다.
연구실 선생님들은 내가 볼 때는 다 똑똑했다. 사실 실제로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없이, 공부는 누구에게나 힘들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석사에 왔지만, 그 중 박사를 가는 사람은 한두 명 있을까말까 했다. 그렇게 똑똑해 보이는 사람도, 자기가 공부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고 힘들어했고 논문이 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자기가 부족한 것을 깨닫는다면 정말 제대로 공부한 것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다 힘들다. 나만 수업을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옆 사람에게 살짝 말을 걸어 보라. “선생님 이거 이해가세요?”라고. 급격히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겸손을 배우고, 동병상련하고, 동지애를 얻게 된다. 자괴감 그만 들자.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