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휘 Jul 30. 2022

친환경과 그린 워싱

생분해 비닐봉지가 분해가 안 된다고?

내가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일등 공신은 망원동의 ‘알맹상점’과, ‘쓰레기 박사님’으로 유명한 홍수열 박사님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라는 책이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소비자는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홍수열 박사님의‘도와줘요 쓰레기박사’ 영상 링크)이 책을 읽고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것은,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겠답시고 열심히 정리해서 버린 재활용쓰레기가 사실은 일반쓰레기라는 점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재활용이 안 되는 품목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광고지, 포장재, 종이컵 : 비닐 코팅이 되어 있는 종이는 재활용이 안 돼서 일반쓰레기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재활용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자박스(어차피 음식물이 묻은 종이는 재활용이 안 되지만), 화장품 포장재, 노트 표지, 과자 포장재, 종이 아이스팩 등등......


종이테이프 : 친환경을 내세우는 곳에서는 종이테이프를 사용하지만, 점착제가 묻어 있기 때문에 박스 재활용을 방해해서 그냥 뜯어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 우리의 일상을 점령한 일회용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은 우리가 분리배출해도 재질이 다양해서 실제적으로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과일망 : 스티로폼인 척 하지만 재활용되지 않아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강화유리, 내열유리, 유백색 유리, 크리스탈 : 밀폐용기 재료나 냄비로 많이 쓰는 강화유리·내열유리, 에센스병이나 크림병 등 화장품 용기에서 주로 보이는 유백색 유리, 크리스탈 컵 모두 재활용하는 곳이 없어서 재활용이 되지 않아 결국 쓰레기. 충격!


실리콘 : 실리콘은 플라스틱에 속하지만, 재활용이 안 되어 일반쓰레기이다. (실리콘은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로 팔리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친환경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생분해비닐봉투 : 비닐은 모아서 재활용으로 내놓으면 되는데, 오히려 생분해비닐봉투는 일반쓰레기이다. 일반 비닐과 재질이 다르고, 전용 재활용 시설이 없어서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고....... 생분해성플라스틸은 ‘58℃에서 6개월 동안 90% 이상 분해될 때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자연환경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 자연에서 분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지만, 정말 친환경일까?


이걸 보고 나니 생각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제품들이, 많은 경우 친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그린 워싱이랄까? 생분해 비닐봉지는 ‘잘 썩으니까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안 썩으면 차라리 재활용되는 일반 비닐봉지가 더 나은 거 아닌가 싶다. 원래 비닐봉지는 1960년대 유럽에서 종이봉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그러니까 ‘친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대체제라고 한다. 원래 목적대로 비닐봉지를 여러 번 오래 오래 (37회 이상)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거겠지. 그리고 플라스틱 프리를 내세우는 종이팩 생수가 있다. 그런데 사실 종이팩은 재활용이 안 된다. 쓰레기다. 종이팩만 따로 씻어 말려서 모아서 받는 곳(주민센터나 제로웨이스트 샵)에 따로 갖다 줘야 한다. 그런데 이걸 사람들이 잘 안 한다. 그럼 차라리, 재활용되는 페트 소재 병생수가 낫지 않나? 종이 테이프도 친환경이라고 사용하는데 결국 그냥 일반쓰레기다. 


펴고 씻어 말려서 따로 배출해야 하는 멸균팩, 우유팩

‘종이를 사용하니까 친환경, 생분해니까 친환경’ 이라는 건 사실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마케팅의 일환으로만 ‘그린 워싱’하는 게 아닐까? 


나도 전에는 ‘재활용되니까......나는 깨끗하게 씻어서 버리니까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분리배출이 능사가 아니고, 생각보다 재활용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그래서 결국 안 쓰고, 다시 쓰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솔직히 대단히 많이 줄인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손수건을 챙기기 시작했고,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버릴 때 깨끗하게 씻어서 버리고, 그린 워싱에 속지 않으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고 신경쓴다면, 정말 '친환경'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친환경은, ‘덜 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