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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Jul 30. 2022

친환경은, ‘덜 하는 것’

거대담론과 내 삶과의 연관성

요즘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서, ESG에 대한 학습 열기가 뜨겁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식사를 하다가, 그분이 참여하는 사내 스터디 모임에서 최근 ESG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근 그 모임에서 스터디 마무리 때 “우리 회사에서 ESG를 실천하는 방법이 뭔지 이야기해 보자”라고 이야기 나누었다고 해서,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어요?”라고 물어보니, “음......전 직원에게 아이패드를 나눠 줘서 종이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핫”이라고 했다.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점심시간에 불 끄면 전기료가 얼마나 절약되는지 알아요? 예전에 점심시간에 사무실 불을 끈 적 있는데 그 때 전기료를 엄청 아꼈대요.” 그리고 우리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아마 그 아이패드는 약간 농담으로 나온 말이겠지. 안다. 그런데 여기서 씁쓸한 점은, 정말 쉽고 실천적인 방안이 안 나왔다는 이야기. 사람들이 정말로 현실에서 친환경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해내지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소비’로 해결하려는 생각을 해 내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불을 끄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친환경적인 방법인데, 아이패드를 산다는 ‘소비’가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해버린다. 


이건 개인의 탓이 아니라, 그만큼 ‘문제 해결의 쉽고 명확한 방법이 소비’라고 생각이 사회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소비 사회이다. 소비는 경제의 동력이다. 그런데 새로운 물품을 생산하고 버리는 이 모든 것은 결국 탄소 배출이다. 생산과 소비를 줄여야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데, 그러면 경제도 멈춰 버리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결국 살기 위해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삶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한살림 모임에서 한 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에 점심시간에 배달음식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 ‘저거 다 쓰레긴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빌딩 로비에 가서 배달을 받아 와야 하거든요? 그럴 바엔 금방 앞에 식당에 가서 먹으면 되는데......환경과 내 삶을 연결 못 시키는 것 같아요.”     


그렇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ESG라거나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와 내 개인의 삶을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탄소 중립이니 ESG니 하는 거대한 이야기가 내 삶의 이야기임을 아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아득해졌다.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손에 하나씩 들고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요즘 사람들은 친환경에 관심이 많다던데 아닌가봐,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일회용 커피잔을 들고 가는 거지?’

출처 : 픽사베이

사실 나도 얼마 전만 해도 아침 점심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별 생각 없이 들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컵을 들고 커피를 사러 가는 사람을 보며 ‘유난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나도 ‘아는데, 어쩔 수 없잖아’라는 핑계 뒤에 숨곤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컵을 들고 커피를 사러 간다.


나의 몫은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링크) 


완벽하지 못해도, 너무 작은 것이라도, 내가 쓰레기를,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불을 끄는 것도 그렇다. 회의에서 도시락을 제공할 때, 용기가 플라스틱이 아니거나 적은 도시락을 주문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차원도 그렇다. 샤워시간을 줄인다거나, 배달음식을 좀 덜 먹는다거나, 컵을 들고 커피를 사러 간다거나, 인터넷 장보기를 줄인다거나, 차를 덜 탄다거나 등등. 핵심은 ‘더 사는 것’이 아니라, ‘덜 사는 것’이다.


한살림 모임에서 활동가님을 통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쌀 소비량이 줄고 그 대신 고기와 과일 소비량이 늘었다고 한다. 식생활이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쌀은 먹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바로 논이 인공습지라는 사실이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이 사는 생태계일 뿐 아니라, 벼가 흡수하는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산림의 정화 능력보다 더 크다고 한다. 그런데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이 논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쌀을 더 많이 먹는 것도 친환경 활동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더 해야 하는’ 활동도 있다. 친환경은 내 삶과 이렇게 맞닿아 있는 것이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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