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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Apr 24. 2022

나의 몫은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나의 쓰레기 줄이기가 의미없다 해도 

내가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거나,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주로 돌아오는 대답은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한국만큼 분리수거를 잘 하는 나라도 없어....... 미국은 모든 쓰레기를 한 데 넣고 그냥 버려 버려. 우리가 아무리 쓰레기를 줄인다고 해봐야 미국에서 엄청 버리는걸.” 

또는, “근데 너무 불편해. 나는 위생과 편안함을 버리지 못하겠어.”   

  

솔직히 말해서 내가 쓰레기를 조금 줄여 보겠다고 지퍼백을 씻어서 여러 번 재사용하고, 생수 안 사먹고,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샴푸를 사다 쓴다 한들, 지구에는 정말 거의 영향이 없다. 이미 내가 하루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는 개도국에서 여러 사람이 하루 쓰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내가 씻고 빨래할 때 사용하는 물의 양, 출퇴근 버스, 회사와 집에서 쓰는 전기, 가지고 있는 옷, 멀리서 생산되는 음식 등등........이 모든 것을 하면서 제로웨이스트나 환경을 논하는 것은 얼마나 가식적인가 싶기도 하다.     


한편, 쓰레기 버리는 곳에 잔뜩 쌓여있는 플라스틱과 쓰레기봉지를 보면 ‘내가 조금 줄였다 해도 저렇게 많은 쓰레기가 매일 버려지고 있는데 내 행동이 무슨 의미인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선진국에 사는 우리는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친환경’적 행동들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캠페인성 행동인 경우가 많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플라스틱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 사실 환경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나는 친환경을 실천하겠다’라는 다짐의 의미이다. 내가 텀블러를 쓰지만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매 주 버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비닐에 담긴 가공식품을 사고, 배달음식을 시키고,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물품을 인터넷 배송을 시키고 등등. 그걸 열심히 씻어서 분리수거함에 재질별로 넣는다 한들, 사실 재활용은 거의 되지 않는다.     


이 고민 끝에 지금의 생각은 이렇다. 내가 하는 것은 너무 미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몫을 누가 대신 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플라스틱 통의 라벨을 떼어내고 씻어서 분리수거함에 넣지 않으면, 아무도 그 일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예전에 테이크아웃 커피가 막 대중화되었을 때, 길거리의 쓰레기통 위에는 음료수가 든 일회용 잔이 널려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걸 버리는 사람은 아마 누군가가 자기를 대신해서 음료수를 버려주고, 플라스틱을 씻어서 재활용해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내가 만약 플라스틱 통의 라벨을 떼어내고 통을 씻어서 내어 놓지 않는다면, 다른 누가 그 일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비닐봉지 한 장을 줄이기 위해 다시 재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비닐 쓰레기 한 장은 줄어들지 않는다. 누구도 나의 몫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우리 집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그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일일 뿐이다.     


내가 뭐 대단하게 쓰레기를 줄인 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가식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나도 배워서 발전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1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 텀블러를 들고 커피를 사러 나가는 동료를 신기하게 봤는데, 지금은 나도 텀블러를 들고 커피를 사러 간다. 가식적이라도 어떤가, 조금씩 더 배우고 조금씩 더 노력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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