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지켜도 괜찮다, 천천히 하나씩.
새해에는 한 해를 더 잘 살아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다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다이어리에 새해 결심을 쓸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지겠다는 나만의 다짐을 했다.
1. 걸어서 출퇴근하기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25분,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 걸리는 엄청나게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지만, 그 25분을 못 걸어서 늘 버스를 타고 출근하곤 했다. 대중교통도 생각보다 탄소배출이 있어서, 올해는 걸어서 출퇴근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내가 안 타도 버스는 다니는 거니까 총 탄소 배출량에 감소에 내가 기여하지는 못 하겠지만, 내 개인의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다짐이랄까?
잘 못 지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부러 의식하면서, 걸어서 출근하는 날을 더 늘려가려고 한다.
2. 새 옷 안 사기
UN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석유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전기와 열을 사용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은 한 사람이 10년 동안 마실 물과 같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접한 뒤, 옷을 사는 것이 많이 신경쓰였다.
원래도 옷을 잘 사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옷을 예쁘게 잘 입고 다니는 그 센스가 없고 그러다보니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서 잘 못 산다.
그런 나의 성향 덕분에 이 목표는 아주 어려운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정해 보았다. 나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중고 의류를 즐겨 사는 편이다. 예전에는 방산시장 2층의 구제시장을 즐겨 다녔던 적도 있다. 새 옷이 아니라서 마음도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나의 패션에 대한 욕구를 나름 만족시켜 주는 곳이다.
이 목표를 적으면서도 ‘그래도 바지 한두 장은 살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의식하면 세 장 살 거 한 장만 사지 않을까?
3. 배달, 택배는 한 달에 한 번만
‘안하기’가 아니라 ‘한 달에 한 번만’으로 정한 것은 내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다. 맛집과 먹는 것에 많은 관심이 있는 나는 배달앱을 깔아놓고 가끔 한참 들여다보곤 한다.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바로 배달받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한참 망설이다 끄곤 한다. 배달 시켰을 때 나오는 엄청난 포장 쓰레기와, 이동에 나오는 탄소 배출을 생각하면서 일단 참는다. 다음에 가서 먹어야지, 하면서.
같은 맥락으로, 인터넷장보기는 정말 편리하지만 일단 상자, 포장재, 보냉백, 그리고 채소가 하나하나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있어서 정말 비닐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편리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밀키트도 많아서 안 쓸 이유가 없지만 포장재를 하나 하나 정리하다 보면 정말 ‘현타’가 온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만 하자고 다짐했다. 적당히 내 마음과 타협을 본 나의 최선의 목표.
4. 커피는 하루에 한 잔만
나도 하루에 기본 커피 2잔을 먹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다. 직장인들의 생명수, 링겔, 힐링 그 자체인 커피. 그렇지만 커피는 수입 식품이라서 이동에 따르는 탄소배출이 있다. 그리고 최근 ‘물발자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발자국’은 탄소발자국가 같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산, 유통, 공급,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물이 얼마나 사용되는가에 측정하는 개념이다. 커피는 1kg에 1만8,900L의 물이,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까지는 13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걸 알게 되고, 한 잔의 커피를 덜 마신다면, 조금 커피 소비를 줄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미미하지만, 나름의 작은 시도이다. 커피는 대체 음료가 많기도 하니까 쉬운 실천이기도 하고.
사실 이 목표들을 쓰면서도, ‘절대 다 못 지키겠는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천하지 못 한 날보다 실천한 날이 더 많으면 되니까. 아니면, 작년보다 하루라도 더 실천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꼭 365일 내내 100%실천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하루 더, 한 번 더 실천하는 데 의의를 두려고 정한 목표이다.
나는 어깨가 늘 심하게 뭉쳐 있다. 치료를 받으러 가면 의사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나 보다, 왜 이렇게 어깨가 심하게 뭉쳤느냐’고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면 딱딱해서 근육이 잡히지도 않는다고 한다. 운동을 가면 십 년 째 운동 시간 내내 어깨에 힘 풀라는 말만 듣고 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너무 힘을 주고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너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이렇게 스스로에게 주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의지가 다져지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답답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해놓고서, 하기 싫다고 징징대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 빼고,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는 내가 관심 있는 것이고 내 행동을 바꿔 나가는 동력이지만, 더 열심히, 더 잘 하려고 노력하면 또 어깨와 목이 굳으면서 ‘못하겠다!’하고 나가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냥 편하게, 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내 생활을 조금씩 바꿔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