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박약의 제로웨이스트 새해 다짐
새해 야심차게 친환경 라이프를 다짐하며 네 가지 다짐을 했었다.
1. 걸어서 출퇴근하기
2. 새 옷 안 사기
3. 배달, 택배는 한 달에 한 번만
4. 커피는 하루에 한 잔만
벌써 새해가 4개월이나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다짐을 얼마나 잘 지켰냐 하면 하나도 못 지키고 있다. 하하하......
처음부터 다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못 지킬 줄은 몰랐는데, 내가 얼마나 생각보다 탄소 소비적인 생활, 편리함에 의존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깨달았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1. 걸어서 출퇴근하기
일단 겨울에는 추워서 일어나는 것부터 근근이 일어났던지라 못 하고, 최근에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해도 빨리 떠서 주2회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참 게으르구나 생각이 들고 미라클모닝을 한 번도 성공해본 적 없는 사람이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자기 기만적인 마음도 든다.
2. 새 옷 안 사기
장렬하게 실패해버린 이 목표...... 새 옷 샀다. 중고 의류도 물론 샀지. 그리고 새로 들어온 옷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또 옷장을 헤집어 안 입는 옷을 버리려고 모았다. 옷을 버릴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100%마음에 드는 옷이 아니면 사면 안 된다. 99% 마음에 들어도, 그 1% 때문에 결국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이렇게 내가 뭘 싫어하는지 뭐가 나에게 안 어울리는지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
3. 배달, 택배는 한 달에 한 번만
쉬울 거라고 생각한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집에서는 한 번도 배달 음식을 시키지 않았지만, 회사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밥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배달을 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단체 간식을 주문할 때도 배달을 시키게 된다. 현재까지 배달 주문은 5회.
택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쇼핑을 거의 안 하는 나지만 생각보다 택배를 시키고 있거나 받고 있었다. 명절 선물, 엄마와 지인들이 보내 준 음식들이 나에게 택배로 왔고, 나도 택배로 선물을 보낸다. 나를 위해서도 책을 월 1~2회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이 때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해서 편의점에 찾으러 간다)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주문하거나, 화장품을 광고에 혹해서 사는 등등 정말 내가 이 엄청난 배송망의 혜택을 숨 쉬듯 누리고 살고 있었구나 느꼈다.
그나마 인터넷장보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잘한 점으로 꼽아 본다.
4. 커피는 하루에 한 잔만
그나마 잘 지키고 있는 사항이다. 사실 원래 커피가 나에게 잘 맞는 음료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커피를 한 잔만 마시려고 의식하면서 줄이다 보니 카페인이 더 예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황상 필요할 때는 두 잔씩 먹기도 하지만, 한 잔 정도의 커피가 나에게는 아주 충분하게 많구나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라기보다는 내 몸을 위해 덜 먹고 있다.
추가로 고백하자면, 식단도 더 식물성으로 바꿨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고기만 안 먹는 삶’을 살고 있다. 변한 거라면 작년부터 우유가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심해져서 예전보다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는 점? 빵이나 과자 등의 음식까지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카페라떼나 유제품을 사서 먹는 건 많이 줄었다.
나의 다짐이 얼마나 호기로웠고 내가 얼마나 의지박약한 인간인가 느끼는 시간이었다. 원래부터 엄청난 의지로 다짐한 건 아니었지만, 이 다짐은 그런 ‘대충 마인드’로는 어림도 없고 ‘엄청난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숨쉬듯 편리함을 당연하게 누리면서 살고 있었던 것인지 느꼈던 4개월이었다. 앞으로도 ‘대충 마인드’로 저걸 지키려고 대충 노력할 예정이다. 제로 웨이스트 다짐이었지만, 결국 이것을 통해 내가 뭐에 예민하고 뭘 할 수 있고 못 하는지 알게 되는지라, 이렇게 계속 나를 관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