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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Nov 20. 2022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한살림모임 후기

한 달에 한 번 한살림 채식모임에 가고 있다. 함께 비건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한살림 소식을 듣고, 채식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9월에는 기후정의행진에 다녀오신 분들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해 주셨고, 10월에는 한살림 가을걷이에 다녀오신 이야기도 들었다.     


기후정의행진은 9월 24일 광화문에서 열렸는데, 기후정의주간의 마지막 행사로 기후위기가 얼마나 현실의 중요한 문제인지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였다. 전국의 단체와 사람들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쳤지만......안타깝게 그다지 이슈는 되지 못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날 못 갔지만, 다녀오신 분들의 말을 들으니,  특히 10대,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쳤다고, 오히려 미래세대가 희망이 있는 세대라고 느끼셨다고 한다.      


한살림 가을걷이는 한살림 생산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이 함께 모여 한 해의 결실을 나누는 장인데, 올해 3년만에 열렸다고 한다. 직거래 장터도 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한다고 하는데 다녀 오신 분의 말로는 어느 직거래장터에서도 느끼기 힘든 정감이 있고 생산자님들과 이야기하면 그 눈빛과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아마, 그것은 한 식구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정감이 아닐까?     


그건 일종의 공동체성일텐데, 나는 처음에는 ‘생산자 조합원’ ‘소비자 조합원’이라는 말이 낯설게 다가왔었다. 나는 도시에서만 살아왔고, 그냥 마트나 시장에서 놓여진 상품을 사는 데 익숙했다. 그렇지만 한살림에서는 단순히 생산자, 소비자가 아니라 둘 다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에 참여하는 의미를 강조한다. 함께 생명을 살리는 어떤 활동에 동참한다는 마음, 그건 참 특별한 것이다.     

     

올해 괴산에서 열린 한살림 가을걷이


채식이나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 이 연대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듣게 된다. 모두를 살리기 위한 채식, 지구 환경과 나와의 연관성 등등......     


2025년 넷제로라고 하는데 벌써 2023년도 끝나 가고, 그 목표는 달성하기 요원할 거 같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무언가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연대 의식이 있다. 공동체 의식이라고 할까? ‘나는 지금 편하게 이렇게 살 거야’가 아니라 ‘나는 사회에 책임있게, 지구에 책임 있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작지만,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마음이 있다. ‘너무 미미해서 어떻게 할 수 없어’, 라는 마음이 아니라 희망을 놓지 않는 마음들이 있다.     


‘나는 편하게 이렇게 살 거야’라는 생각은 생각의 범위가 아무래도 나 자신까지이다. 반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은 타인에 대해 사회에 대해 연대의식을 가지는 생각이다. 이 마음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조금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9월에는 빵을, 10월에는 전골을 나누어 먹었다. 사실 먹으려고 가는 한살림 모임 :)


채식을 하거나,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당장 앞의 편리에 먼저 눈이 간다. 편리도 나를 위한 것이니까. 그러니까 절박해지지 않게 된다. 나만 해도 여전히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를 사고, 화장품을 사고, 비타민을 사고, 비닐봉지에 담긴 식품을 사고, 마스크팩을 사고, 택배로 사고, 사고, 또 사고.........     


하지만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함께 뭔가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의 행동이 거기에 약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보다 더 큰 사회에 닿아 있다는 마음, 그 연대감이 또 내 생활을 조금씩 바꾸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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