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암스테르담에서 제일 먼저 손빨래를 했어.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간단한데 왜 손빨래를 했냐고? 여기 오는 기차에서 소설가 공지영이 쓴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책을 읽었거든.
인터넷 서점에 있는 소개를 보면 작가는 결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인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딸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대.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10분~15분이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요리법들과 함께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지.
그녀가 전하는 레시피는 이런 것들이야.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엔 시금치 샐러드, 세상이 개떡같이 보일 때 먹는 콩나물해장국, 특별한 것이 먹고 싶을 때는 칠리 왕새우, 가끔 누가 있었으면 할 때는 싱싱 김밥...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이럴 땐, 이런 걸 만들어 먹으렴' 하는 식으로 지치고 힘든 딸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거지.
나는 책을 펼쳐 목차를 훑어보다가 첫 번째를 건너뛰고 두 번째 레시피부터 읽기 시작했어. 제목이 절묘했거든. 제목이 뭐였냐고?
'엄마 없는 아이' 같을 때
어묵 두부탕
지금의 나에게 정말 딱이지? 작가의 말에 따르면 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2 대 1 비율로 넣고 무와 어묵, 그리고 두부, 마늘, 파를 넣어 푹푹 끓이기만 하면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느낌이 난대. 어묵 두부탕에서 어떻게 된장찌개 느낌이 날까 싶으면서도 따끈하고 부드러운 국이라면 모두 엄마 생각이 나게 하는 것 같아서 '으음...'하고 수긍하게 되었어.
아무튼 그 어묵 두부탕 이야기의 마지막에 그녀가 딸에게 이런 말을 하거든.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나는 이 부분을 여러 번 다시 읽었어. 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히 손빨래를 하고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
아 맞다, 나 서른도 훌쩍 넘긴 어른이구나.
어른이면 부모에게 받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구나.
나는 엄마 없다고 그만 징징대고 이 도시에 머무는 동안 스스로에게 애정과 배려와 음식을 쏟아부어야겠다고 다짐했어.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아이를 훌쩍 아름답게 자라나게 해야겠다고 말이야.
엄마, 그거 기억나? 우리 둘이 사주 카페 갔을 때 그 아저씨가 그랬잖아. 엄마는 태양이고 나는 화초라고. 그래서 내가 평생 엄마의 빛으로 산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참 든든했는데 엄마는 어땠을까? '아이고 내가 평생 저노무 기지배 뒤치다꺼리해야 하나...' 싶었을까?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엄마는 영원한 내 태양이니까.
엄마, 태양은 원거리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거 알지? 한국에 있다고 나 잊어버리지 말고, 빛 좀 넉넉하게 쏴 줘. 빨래가 빨리 말라야 밥 먹고 옷 다시 챙겨 입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산책을 나갈 거 아니야!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