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4일 토요일
치코가 아파서 병원에 왔다.
치코는 아픈 강아지다. 아주 어릴 때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던 중 의사의 실수로 오른쪽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당시 그 의사는 본인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고 나에게 사과한 뒤 그 후에 2차 병원에서 진행된 모든 수술비와 치료비를 부담했다. 하지만 그래도. 치코는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영원히 잃었다.
무릎을 통째로 잘라낸 치코의 다리는 굽히거나 펼 수 없다. 잘린 무릎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연결한 다리 위쪽 뼈와 아래쪽 뼈는 두꺼운 철제 슬레이트와 수많은 못들로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걸을 때 일자로 쭉 뻗은 다리를 돌리면서 절뚝거리는데 그 때문에 허리나 목 부분의 경미한 디스크도 있는 상태.
문제는 이 아이가 너무나 똥꼬발랄해서 그 다리를 하고 온 집안을 우다다거리고 리따랑 몸싸움을 하며 논다는 것이다. 최대한 못하게 하려고 애를 붙잡고 안아 올리고 별짓을 다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꽁꽁 묶어둘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갑자기 필 받아서 심하게 뛰어논 날은 다리 안에 있는 슬레이트가 피부를 자극해서 염증이 생기거나 아픈데, 오늘이 그 날이었다. 이런 날은 아픈 다리를 자꾸만 핥아서 피부가 빨갛게 쓸려있다. 1년에 1-2번 정도 이러는 거 같다.
속상한 마음에 동물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이런 아이들은 보조기구를 착용하는 게 좋다며 한 스페인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다른 푸들에 비해 다리가 너무 긴 치코는 맞춤 제작을 해야 한다고. 집에 돌아와 알려주신 사이트에 들어가니 강아지 휠체어 같은 것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그 사진들만 봐도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언젠가 우리 치코가 10살이 넘고 오른쪽 다리가 많이 아파지면 휠체어를 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사실 퇴사를 할 때 치코 생각도 했다. 치코가 더 나이가 들어서 거동이 불편해지고 누군가가 하루 종일 케어해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아마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뒀을 거다. 그런데 그전에 아이가 건강할 때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 혼자 잘 걸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산책하고, 혼자 배변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예뻐해주고 싶었다.
내가 아픈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 몰랐다. 솔직히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도 몰랐다. 하지만 삶은 내게 치코를 주었고, 나는 이 아이 덕분에/때문에 정말 많은 슬픔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오늘도 치코를 안고 생각한다.
'가끔 우리 앞에 놓인 시간들을 생각하면 많이 두렵고 무섭지만 엄마는 절대 너를 안은 이 손을 풀지 않을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할 거야.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너는 완벽한 강아지니까 우리는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