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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Apr 13. 2020

소꿉놀이의 가치

아이들의 일 순위 역할놀이 엄마, 아빠 놀이!

<아이들이 가장 즐겨하는 놀이>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보면 아이들의 자유놀이를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즐겨하는 첫 번째 역할놀이를 꼽으라고 하면, 소꿉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서도 아이들이 쉽게 하는 소꿉놀이(엄마, 아빠 놀이라고도 하죠).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들이 소꿉놀이를 선호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자아이들도 역할놀이 중에서는 소꿉놀이를 주로 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아이들의 성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말이다.

 

 왜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즐겨하는 것일까?

모든 아이들의 역할놀이는 모방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많이 보고 들은 것! 즉, 경험한 것을 놀이로 표현하는데 아이들의 주 경험 제공자는 부모일 것이고 부모의 행동을 관찰해 이를 놀이로 표현하게 된다.

출처: 쁘띠엘린

 ‘요리하는 엄마, 화장하는 엄마, 운전하는 아빠, 컴퓨터를 하는 아빠’ 등을 아이들은 놀이로 흉내 낸다.

아이들의 대화를 자세히 듣고 있으면 부모가 자주 사용하는 말과 행동들도 알 수 있다.

 “어이구 기다리세요”

“ 머리 예쁘게 해 줄게” 와 같은 일상적 대화부터

“톡톡 따라주고 짠 건배!” 라며 컵을 맞부딪히는, 조금은 사적일 수 있는 행동까지 아이들은 소꿉놀이 안에서 부모의 거울이 되어 놀이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면 그 부모를 알 수 있고, 때때로 부적절한 부모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소꿉놀이의 가치>


 그렇다면 소꿉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나가는 것이며, 성인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먼저, 다양한 성역할을 배워나간다.

엄마가 되어보고 아빠가 되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여자, 남자를 구분 짓게 되고 여자의 역할과 남자의 역할이 다름을 알게 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중요한 것! 바로 성역할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들의 성역할 개념의 발달에 대해 학자 콜버그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설명했다.

 유아가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측면에 따라 성별을 구별하는 성정체성의 단계,  시간이 지나도 성별이 변하지 않음을 아는 성안정성의 단계, 개인의 바람이나 외향 그리고 놀이 종류와 관계없이 성이 불변함을 이해하는 성항상성의 단계로 말이다.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만 3세 유아 대부분은 성정체성의 단계일 경우가 보편적이다.

 '머리가 길면 여자, 치마를 입으면 여자, 머리가 짧으면 남자'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측면에 따라 성별을 구분하고 여자는 엄마 역할을, 남자는 아빠 역할만을 고정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우리 시대는 어떠한가. 치마를 입는 남자도, 머리카락이 긴 남자도 있다.  따라서 교사나 부모는 내 아이가 성별이라는 틀에 박혀 한 가지 역할을 하게 두기보다 다양한 역할을 원하면 허용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민수는 오늘 엄마가 되어보고 싶었구나"라고 말이다.

 성별에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났다면 다음으로 '물건을 고치는 아빠와 요리와 청소를 하는 엄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빠 역할을 맡고 성인이 엄마 역할을 맡았다고 하자. 엄마 역할을 맡은 성인은 나도 모르게 요리를 하는 흉내를 내거나 아기를 돌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아빠도 할 수 있다. 성인부터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놀이를 즐겨야 한다. 더불어 평소 부모가 다양한 역할을 고루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사회성을 길러나간다. 

 소꿉놀이뿐 아니라 또래와 함께하는 대부분의 놀이에서 아이들의 사회성이 자란다. 아직 어린 연령의 유아일수록 엄마 역할이 두 명 일 수도, 아기 역할이 세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령이 점차 증가하면 아이들은 의견을 나누며 역할을 나누고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역할이 무엇이든 간에 아이들은 소꿉놀이 안에서 가장 익숙한 역할로 소통하며 많은 상호작용을 한다. 재미있어서 웃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아이가 굳이 성인의 놀이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면 역할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기보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어린 연령 유아의 경우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여 큰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 놀이를 지켜봐 주자.

 반대로 큰 연령의 유아라면 유아가 필요로 하는 놀이 소품이나 공간이 있을 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겠다.


<우리 모두가 해보았던 그 놀이>

 

 어린 시절 모두가 한 번쯤은 소꿉놀이를 해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래로 쌀밥을 짓고, 엄마의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면서 말이다. 너무 익숙하고 쉬운 놀이이기 때문에 소꿉놀이만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왠지 다른 놀이를 하게끔 유도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놀이 안에서 성장하고 있고 연령의 증가에 따라 놀이의 깊이가 달라진다.


 "아기야 자장자장"엄마가 되어 아기 인형을 돌보는 영아, "내가 엄마 할게"역할을 정해 놀이하기 시작하는 만 3세 유아,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하고 친구들을 초대하자" 고정적인 엄마와 아빠 역할만을 하던 놀이에서 벗어나 놀이를 확장해 나가는 만 4세 만 5세 유아.


 단순히 놀고 있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놀이가 커지고, 놀이 안에서 아이의 생각이 커져가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놀이를 보는 지금의 성인들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어릴 적 내가 하던 놀이를 떠올려 그 놀이의 즐거움을 우리 아이가 즐길 수 있게,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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