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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Apr 13. 2021

10개월 차 아기의 성장 2

작은 떼 부림의 싹틈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이전 아기들은 불편함을 느낄 때 울먹임과 큰 소리로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10개월 아기들은 여기에 '적극적'이란 단어를 첨가한 듯 자신의 불편함과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놀잇감을 뺏기고 울먹이며 기어 온다.

 넘어지거나 부딪혀 몸이 아프면 나를 바라보며 운다.

 아기 식탁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다가 물병, 숟가락 등을 떨어뜨리면 '엄마엄마'하고 말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도움을, 행동과 소리로 알리는 아기들.


가끔은 아기들의 도움 요청에 무관심을 보일 때도 있다.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면 빠르게 도와주는 것이 맞지만 아기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기가 넘어졌는데 그 강도가 세지 않았다. 살짝 옆으로 몸이 뉘어진 정도. 이때 이현이는 잠깐의 울먹임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았다. 누군가 도와주러 오지 않으니 이현이는 바로 자신의 몸을 세워 앉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행동을 시도하고, 실험한다.


 벨소리가 들리면 동시에 불이 들어오는 현관 패드를 향해 돌아보는 아기들. 아기들은 주변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증가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를 알아가고 싶어 한다.

아기를 안아 현관 패트를 가까이에서 보여주니 손바닥으로 패트를 치기 시작했다. 버튼을 눌러야 불이 켜지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 아기. 직접 행동을 취해 불이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잘 누를 수 있는 스위치를 눌러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또한 반복 반복.


 이유식을 먹이기 전, 빨대컵을 주고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고 있다. 물을 마시다 흘린 물이 식탁에 고이면 아기는 이 물로 다양한 행동을 시도한다. 손바닥으로 치고, 문지르기도 한다. 가끔은 입을 대고 물을 빨아먹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흘린 물 말고도 빨대컵의 빨대 또한 아기들에겐 실험 대상이 될때가 있다.

빨대를 빨아 물을 마시는 행동 이외에 빨대를 잘근 잘근 씹기도 하고, 빨대를 손가락으로 눌러보기도 하면서.

빨대 실험?


자신이 한 행동을 통해 그 결과를 알아가고 있다.


아기들의 인지 능력이 점차 발달하고 이를 눈에 띄게 관찰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생후 10개월이다.


식탁의자에 앉아서 들고 있던 숟가락 또는 빨대컵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다시 주워주면 잡자마자 떨어뜨리고 고개를 숙여 물건이 떨어진 곳을 살펴본다. 마치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놓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는 것처럼 말이다.

아기들은 식탁의자에 앉을 때마다 이 행동을 자주 보였고, 잡고 있는 것을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바닥이 아닌 아기 식탁의자처럼 높이가 있는 곳에 앉아 있으면 바닥을 향해 물건을 쉽게 떨어뜨리니 말이다.  


'국민 문짝'이라고 하는 뽀로로 뮤직하우스에서 놀이할 때의 일이다. 이현이가 초인종 누르고 나서 초인종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는 전등 앞으로 기어가 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초인종을 누르면 전등불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와 연관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아기들. 대견하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 조금씩 인지해 나가고 있다.


 드라이기, 콘센트, 충전기 선 등 아기가 만지면 위험한 물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건은 만지면 '안 되는 것'임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이를 반복해서 일까. 이현이는 자신이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일명 '눈치'라고 부르는 행동과 비슷하게 0.1%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집안이 고요하다. 이는 아기가 어딘가에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잇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행동을.

조용히 작은 방문을 열었다. 내 예상과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던 선을 입으로 잘근잘근 하며 열심히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현이의 입장에서는 놀이이고 탐색의 일종이겠지만.


 이현이의 이름을 부르며 쳐다보자

이현이는 '앗 들켰다'라는 자신의 마음을 슬픈 표정으로 표현해 내고 있었다. 눈꼬리는 약간 내려가고 입은 앙 다문 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될 때 이현이는 눈웃음을 보이는 것으로 대처방법을 바꾸었다.

저지레를 하다가 들키면 진한 눈웃음을 보이며 "헤헤헤~


낯선 공간에 가면 탐색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기들의 인지 발달은 익숙하고 편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의 구분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낯선 공간에서의 아기들은 탐색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특히 이준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친척 언니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아기들은 새로운 공간에 잘 놀다가도 중간중간 나와 남편의 존재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리 아기들보다 조금 큰 조카들이 있어 다양한 놀잇감들이 아기들의 시선을 뺏기 충분했지만, 놀잇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그 집중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처음 간 곳에서 이준이

 한 번은 할머니 댁에 놀러 간 날, 이준이가 할머니와 큰엄마를 보고 울음을 보였다. 그곳에 있던 보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으로 충분한 탐색 시간을 가진 뒤에는 할머니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잘 놀기도 한 이준이.

아기들에겐 마음을 열고 놀이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탐색의 시간이 주어져야 함을 10개월에 다시 느꼈다.

천천히 탐색 중

애착 형성을 한 대상에게 애정을 표현한다.


나, 남편 그리고 엄마(아기들의 외할머니)와 애착을 형성한 아기들.

우리 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아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현관으로 이동했다. 이현이가 남편을 따라 기어가더니 현관 앞에 설치된 안전문을 잡고 서서 울먹이기 시작.  

남편은 이런 이현이의 모습을 보고 출근길 발걸음을 떼기 힘들어했다.


나의 식사시간. 식탁 의자에 앉은 것을 발견하면 꼭 기어와 내 다리에 매달리며 안아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밤잠을 재우기 위해 침대 위에 눕히면 폭 품에 안겨 뒹구는 아기들. 이렇게 애정을 표현하는 아기들이 너무 귀엽다. 정말 날이 갈 수로고 귀여워지는 아기들의 모습에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잠깐의 기다림이 가능하다.


생후 327일째의 일이다.

이현이가 상자를 가지고 놀다가 이준이가 이 놀잇감을 빼앗아 갔다. 이현이는 찡얼거리다가 잠시 이준이를 지켜보았고, 이준이가 상자를 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때, 상자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이준이가 상자를 가지고 놀지 않을 때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기다린 이현이.


이유식을 주기 위해 아기들을 식탁의자에 앉혔다. 빨리 밥이 먹고 싶은 아기들. 하지만 아직 이유식이 데워지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이야기하고 이유식을 데웠다.

그리고 아기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대략 1-2분.


집중력이 늘어났다.


 아기 한 명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교구로 함께 놀이해주면 평균 15분 정도 한자리에서 놀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두 명의 아기를 함께 놀아줄 때는 그렇지 않다. 한 명이 나와의 놀이에 집중하다가도 다른 한 명의 움직임과 자리 이동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집중력에 신기함을 느낄 때가 많다.


선호하는 놀잇감,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


 다양한 악기들과 그 악기들의 소리를 표현한 그림책이 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놀이를 자주 하는데, 어느 순간 이현이가 이 그림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어? 모두 어디 갔지?(그림책의 가장 첫 페이지 문장) 그림책 주세요" 하면 이현이는 전면 책장에서 이 책을 찾아 바닥으로 '툭'떨어뜨리거나 나에게 건넨다. 그리고 우리는 환호하며 박수를 친다. 이현이는 씩 하고 미소를 보임으로 화답하고.


 낮잠 후 혹은 밤잠 후 아기를 방에서 데리고 나와 놀이장소에 앉혀 놓으면, 북 형태의 그림책을 꺼내 바로 북채를 잡아 입에 넣거나 두드리며 노는 이준이. 이준이는 이 북 형태 그림책을 매우 좋아한다.

아기들이 좋아하는 놀이들


잘 먹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점차 더 명확해지고 있다.


 이준이는 야채가 메인인 이유식을 잘 먹는다. 이현이는 고기가 들어간 이유식을 잘 먹는다.

이준이는 과일 퓌레를 주면 입을 크게 벌리며 잘 는다. 이현이는 퓌레 먹는 양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준이는 아기과자인 떡뻥(아기 과자)을 조금 먹으면 먹지 않는다. 이현이는 먹고 나서 또 달라고 "엄마"하거나 "아아"하고 팔을 벌리기도 한다.

이준이는 단호박죽을 좋아하고 잘 먹는다. 이현이는 입을 꾹.

선호하는 음식이 다른 아기들


잊을만하면 나타는 이앓이


 2월 25일 밤잠을 자다가 울며 깨기 시작한 이준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다시 자기도 하지만 울음으로 연결되어 잠에서 깨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후로 입안을 살펴보면 없던 곳에 하얀 이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아랫니 왼쪽으로 한 개 더.


음악소리를 들으면 즐거움의 반응을 보인다.


동요를 틀어주거나 놀잇감을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음악 소리를 재생시키면 아기는 몸을 움직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9개부터도 나타났지만 10개월에는 더 다양해졌다.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썩들썩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다가 두 다리를 좌우로 왔다 갔다

무언가 잡고 서서 몸 전체를 흔들흔들


음악소리에 반응하는 아기들의 모습은 마치 나름의 방법으로 리듬을 타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반응들은 아기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과도 유사하다.


고집이 강해지고 떼의 조짐이 보인다.


 자아가 발달하면서 아기들은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대로 하고 싶어 하고 이러한 모습이 성인들의 입장에선 '고집이 세다'라고 비치게 된다. 그리고 10개월 아기들은 고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준이가 딸랑이를 한 손에 쥐고 있다. 이제 이유식을 먹을 시간이라 딸랑이를 놓게 하고 아기 식탁으로 데려오려는데 이준이가 딸랑이를 꼭 쥐고 놓지 않았다.

그 힘이 너무 세서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억지로 딸랑이를 빼니 이준이는 몸을 뒤로 젖히면서 울었고, 딸랑이를 대신할 숟가락을 쥐어주면서 울음은 멈추었다.


 목욕을 시킨 후 이현이의 몸에 로션을 발라주었다. 그 순간 이현이는 이때다 싶어 로션을 잡아 열심히 가지고 놀았고 나는 로션을 다시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이현이 자신의 온 힘으로 로션을 꼭 쥐고 사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꼭 하기 위해 고집을 쓰고 떼를 부리기 시작한 아기들. 금방 다른 것으로 관심 전이를 시키면 상황은 금방 해결되기에 아기들의 고집, 떼 강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아직까지는!

울먹이는 아기들


새로운 감정표현 방법들이 등장했다.


 이준이는 기분 좋을 때, 코를 찡끗 하며 웃고 안아서 놀아주거나 비행기를 태워주는 등 즐겁게 해 주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된 기분 좋은 이준이의 행동은! 바로 '무는 것' 이현이와 뒹굴며 놀다가 이현이의 팔을 문 이준이. 이준이는 기분이 좋아 무는 모습을 보였고, 물림의 대상자는 우리도 해당되었다.

하지만 '물기', '깨물기'는 타인에게 해서는 안될 행동이기에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안되는 거야"라고 말해주면서 치발기를 주었다.


 이준이는 이전부터 빠는 욕구가 강했는데, 입으로 무는 욕구도 구강기와 연결된 하나의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다그치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아기에게 알려준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돼. 안 되는 거야"라고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어도 괜찮은 것을 주면서.

이후에 아기의 인지가 더 발달에 말귀를 잘 알아듣게 되면, 기분이 좋을 때 할 수 있는 다른 대처 행동을 알려주려고 한다.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하기, 손뼉 치기, 점프하기 등)

 

 이현이는 기분 좋을 때 "으~크아~"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안아서 들면 두 다리를 앞으로 파닥파닥 찬다. 생글생글 잘 웃고 소리도 지린다. 주먹을 꼭 쥐고 흔들기도 하며 자신의 기분 좋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현이. 그런 이현이에게도 새로운 감정 표현 방법이 등장했다.

 바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하회탈 표정'을 짓는다. 눈은 분명 눈웃음인데, 불편함과 속상함이 담긴 표정이다. '양팔 벌리며 안아달라는 표현 더하기 "엄마"라고 말하기 더하기 슬픈 하회탈 표정 짓기' 이 세 가지가 합해지면 이현이를 품에 꼭 안아 달래줄 수밖에 없다.

행복 둥이


혼자 하는 옹알이, 누군가에게 건네는 옹알이.


 옹알이는 아기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자기표현 방법이다.

이 옹알이에 똑같이 말해주거나, "~~ 했다고?"라며 추측해 말해주는 등 다양하게 응답해주고 있으면 아기의  한 가지 말로도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든다.


아기의 옹알이는 생후 한 달 한 달이 지날수록 더 다양해지는데,

10개월 아기의 옹알이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옹알이들의 반복과 좀 더 다양해짐이 더해졌다. 그리고 혼자 놀이할 때 아기의 입은 더 바쁜 느낌이다.


창문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옹알이를 웅얼 웅얼 하는 아기.

보이는 것들을 말하는 것인지, 자신의 기분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혼자 옹알이하는 아기의 모습은 누군가를 보며 하는 옹알이와는 또 다른 귀여움을 전해준다.

이준이의 옹알이
이현이의 옹알이


'엄마'를 다양하게 부르며 감정을 표현한다.


이전부터도 '엄마'를 부르는 높낮이와 속도, 반복 횟수로 자신의 지금 상황을 표현한 아기들. 10개월 아기들은 여전히 '엄마'를 가장 많이 말하고 있다.

아빠를 보면 '아빠'라고도 부르지만 도움이 필요할 땐, 아빠가 '엄마'로 둔갑할 때가 더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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