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책이 좋을까?
책육아를 시작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그것은 바로 그림책을 고르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그림책은 아기의 연령과 발달에 적합한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연령에 경험해야 할 것들을 담은 그림책, 그 연령의 관심과 흥미를 담은 그림책.
부모는 내 아이의 연령과 발달에 맞는 그림책을 찾아 제공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성장해 자신의 원하는 책을 스스로 선택해 볼 수 있을 때까지 부모는 '책 선택'이라고는 하는 고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민이라고 해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걱정거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책 선택을 하는 것은 '즐거운 고민'이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정말 많은 그림책들이 있다. 연령과 발달에 적합한 그림책을 찾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권장 연령이 나와 있고,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그림책 추천 목록은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방대한 그림책들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을 찾는 일을 즐겁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자료들 중 필요한 일부를 찾는 것이 또 다른 어려움이 될 순 있겠지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있다면 즐거운 고민의 시간 속으로 잠깐 빠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여기에 나만의 가이드라인을 적어 그림책 고르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그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한다.
1년 단위로 나누어 시기별 그림책을 소개하지만, 반드시 그 시기에만 보여주어야 하는 그림책은 아니다. 영아기 전반에 걸쳐 보여줄 수 있고, 아이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12개월 이전에도 혹은 그 이후에도 읽어줄 수 있다. (같은 그림책을 다른 월령에 보여준다면 읽어주는 방법과 그림책 활용방안은 달라질 것이다.)
0-12개월 영아를 위한 그림책
첫째, 감각을 활용해 탐색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 시기 아기들은 발달적으로 맛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들어보는 등 오감 탐색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처음 보는 것을 손에 쥐게 되면 입으로 탐색을 하고 촉감, 향 등을 몸소 느끼며 자신이 손에 쥔 '이것'에 대해 알아간다. 때문에 아기가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고, 향도 맡아보고, 소리도 들으며, 시각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그림책이 좋다.
(예: 아기코끼리 코야, 무당벌레, 프뢰벨 영아다중-킁킁킁, 베이비올 명화음악-킁킁, 작은 멍멍이를 찾아라, 플레이송스 사운드북, 어스본 사운드북)
둘째, 입으로 빨아도 안전한 재질(재료)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아기가 태어나 첫 1년의 시기는 프로이드의 발달단계 중 구강기에 속한다. 무엇이든 입에 넣고 빨면서 탐색을 추구하는 시기가 구강기의 특징이며 이때 충분히 입으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어야 다음 단계로의 발달을 원활히 할 수 있다. 때문에 아기가 그림책을 빨아도 어느 정도의 작은 허용은 필요하다. 하지만 종이로 된 그림책을 아기가 반복해서 먹는 건 좋지 않을 수밖에 없기에 종이 재질 그림책 중에서도 빨았을 때 보다 안전한 재질의 그림책(우유팩 재료로 만든 그림책, 콩기름 등 친환경 원료로 인쇄한 그림책 등) 혹은 종이가 아닌 헝겊류 등을 준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모양, 크기의 그림책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책의 형태는 반듯한 사각형 모양이다. 그러나 영아기에 아기들이 보는 책은 반드시 사각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 모양의 그림책을 보고 책을 움직이며 자동차 놀이를 할 수 있고, 동그라미 모양의 책을 보고 데구르르 굴려 볼 수 있다. 다양한 모양의 책들로 집, 나무, 기차 등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길게 병풍처럼 펼쳐지는 그림책을 보고 집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놀 수도 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책들로 놀이하며 책을 놀잇감처럼 인식하는 것은 아이를 책과 가까워지도록 돕는 좋은 방법이 된다. 또한 정형화되지 않은 모양의 책들을 보며 아이들의 창의성 또한 자라 날 것이다.
(예: 별똥별-동그라미 세모 네모 경주차, 프뢰벨 영아다중-둥둥둥)
넷째, 애착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다.
‘애착’의 중요성은 많은 부모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주양육자와 충분한 애착을 형성한 아기는 주양육자와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바깥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첫 씨앗을 심는 일과도 같은 것이 바로 ‘애착형성’. 또한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의 발달단계에서도 이 시기는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이며, 어떤 양육을 받았는가에 따라 아기가 신뢰감 혹은 불신감을 획득한다고 보았다.
애착을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기의 작은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것과 스킨십이지만 애착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통해서도 부모의 사랑을 아기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 때문에 애착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몇 권 준비해주자.
(예: 베틀북-뽀뽀 쪽, 웅진주니어-안아줘, 프뢰벨-사랑해주세요)
다섯째, 단순한 그림책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그림책은 바로 흑백 초점책이다. 아직 색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흑백으로 된 초점책을 보여주는 것이며(생후 1~3개월), 시간이 지나 아기가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게 되면 여러 가지 색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조건 다양한 색깔의 그림책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직 아기의 인지발달상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그림책에 등장하는 색들은 대비되며, 파스텔 톤 보다 원색이 좋다.
글은 당연하다. 글밥이 가득한 그림책 보다 그림이 주이며, 글은 짧은 그림책이 이 시기에 보다 적합하다.
(예: 한림출판사-딜님 안녕 시리즈)
여섯째, 의성어와 의태어가 다양한 그림책이다.
아직 어린 아기들은 긴 문장으로 말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림책을 보다 잘 읽어주고자 이야기를 만들면서 까지 길게 읽어주는 것보다 "이건 나무야", "나무가 있네", "나무다", "나무"라고 말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기에 "초록초록 한 나무", "나무 위로 다람쥐가 호다다닥", "나뭇잎이 팔랑팔랑 떨어지네"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보태주어 말에 재미를 준다면 아기는 그림책에 보다 집중한다.
그러나 초보 부모라면 의성어와 의태어를 섞어 그림책을 읽어주기 힘들 수 있다. 때문에 관련 말들이 나와있는 그림책을 구비해 읽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책 중에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다양하고, 예쁘게 담긴 책들이 참 많이 있다. 이러한 책들의 도움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줄 때 재미있는 말들을 담아 말해주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예: 웅진-뿝뿌우 뿌우, 프뢰벨 영아다중-토끼귀는 쫑긋쫑긋)
일곱째,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족, 사물, 동물, 우리 몸 등이 주제인 그림책이다.
이 세상에 막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이 탐색 거리가 된다. 그리고 아기가 가장 많이 탐색해 본 것들이 그림책에 등장한다면 아기는 그 그림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기가 가장 많이 탐색하고 접한 것들은 무엇일까? 바로 엄마, 아빠 등 가족 구성원과 자신의 손, 발등 신체일 것이다. 가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은 애착형성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한두 권쯤은 비치해 놓는 것이 좋다.
아기의 신체 즉, 몸을 주제로 한 이 시기의 그림책들은 단순하고 재미있다. 신체 각 기관이 하는 일들을 다루지 않는다. 단지 반짝이는 눈, 쫑긋쫑긋 귀, 작은 입 등 간단히 단어를 알려준다.
아기가 많이 보는 사물과 동물 관련 그림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단어가 반복되면서 운율이 있다. 예를 들어 동물 관련 그림책이라면 ‘멍멍 강아지, 야옹야옹 고양이, 삐약 삐약 병아리’처럼 말이다. (간단한 스토리의 그림책 또는 사물인지그림책)
가족, 사물, 동물, 우리 몸 등과 관련한 그림책 이외에 내 아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예를 들어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가 있는 집은 악기 관련 그림책을 일찍이 마련해 두는 것이다. 직접 실물을 보고 그림책을 통해 한 번 더 악기의 이름을 들어본다면 아이의 그림책에 대한 흥미 유발은 물론 인지발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