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주도성, 통합
놀이를 주제로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진짜 놀이와 가짜 놀이를 구분하며 아이가 진짜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간단하게 이 둘을 비교하면, 가짜 놀이란 성인이 주도하고 아이는 따라가는 놀이를 말하며, 진짜 놀이는 아이가 능동성을 갖고 주도하는 놀이를 말한다.
그러나 일간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아동문학가이자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편해문 선생님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저서에서 ‘진짜 놀이도 가짜 놀이도 없다’고 했다. 아래는 천해문 선생님의 글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가짜 놀이는 해서는 안 되고 진짜 놀이만 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 된다.
놀이는 그 사이 어디쯤 옮겨 다니며 살아 존재한다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며 놀이의 그러데이션은 매우 넓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천해문 선생님은 놀이 체험과 프로그램들보다 아이 내면에서 발현되는 것을 놀이라고 보면서, 유아교육현장에서 주제를 가진 체험활동, 프로그램 등을 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맞다. 유아교육기관에는 자유놀이시간이 있고 그 안에서 아이 주도의 놀이를 펼치려 노력하지만, 특정한 날에 계획하는 행사 프로그램, 외부 업체로부터 지원받는 놀이 프로그램, 방과 후 특별활동 등 사전에 미리 계획된, 이미 정해진 놀이를 가져와 하기도 한다.
부모들 또한 특별한 프로그램에 아이를 참여시켜 놀게 한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계획된 놀이 안에서 아이가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해진 놀이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몰입하는 아이들도 많다.
때문에 천해문 선생님도 이야기한 것 같다.
놀이를 보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놀이를 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의 연령과 성향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만 생각해도 놀이를 유연한 태도로 보게 된다.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데 부끄러워 나서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성인이 ‘제안’을 해줄 수 있다.(혹 근처에서 놀기, 모델링 보여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극적인 아이를 도울 수 있겠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해보자”, “~할까?”라고 제안을 통해 놀이를 하는 것은 가짜 놀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잘못된 정보들이 sns 등에 무분별하게 퍼지고 이 단편적인 글만을 본 사람들은 제안의 말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는 것이다.
더불어 생후 12개월도 되지 않은 아기들에게는 ‘제안’ 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기가 주도적으로 먼저 잡고 만지며 탐색을 할 수도 있지만 어린 개월일수록 그리고 조심스러운 기질의 아기일수록 탐색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성인이 먼저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제안해준다면 아기는 안심하고 새로운 것(놀잇감, 물건 등)을 보다 편안하게 탐색할 수 있다.
즉, 놀이에서 성인의 도움이, 어느 정도의 이끌어줌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 주도로 시작한 놀이지만 아이가 몰입하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면 놀이로 봐주어야 한다.
‘가짜 놀이는 이거다, 진짜 놀이는 이거다’ 편 가르기를 통해 성인 주도의 상호작용이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잘못된 정보와 단편적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
놀이에서 성인의 개입은 아이의 연령, 성향과 기질, 놀이장소, 놀이 상황, 놀이자료, 또래 여부 등 다양한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유치원에서는 아이들과 가정에서는 아기들과 놀이할 때, 기억하려고 하는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3I’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선택해한다. 스스로 선택해하는 놀이는 아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가 바탕이 되며, 이때 성인은 적절한 놀이지도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성인이 놀이를 미리 계획할 수도 있다. 이 놀이 계획 속에는 아이의 흥미가 반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야채를 잘 먹지 않아 요리놀이를 계획했다. 여기에 아이의 흥미를 더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넣는 것,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과정을 요리에 포함시키는 것 등이 흥미를 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혹 최근 들어 아이가 동물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 흥미를 바탕으로 동물원 놀이, 동물 만들기 등의 놀이를 위해 미리 재료를 준비해줄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흥미를 바탕으로 한 놀이는 반복되게 마련이다. 자동차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아기는 한동안 자동차만 가지고 놀기도 하며, 연령이 증가해도 그 흥미와 관심이 지속되거나 더 확장되기도 한다. 가령 자동차에서 여러 가지 탈것 등으로 관심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반면 자동차를 좋아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동차가 아닌 다른 것에 흥미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성인의 아이의 놀이행동을 관찰해 흥미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그 흥미에 따라 놀이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주도적으로 놀이하는 아이는 성인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고, 혼자 몰입하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행동이 주도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주도성을 가지고 놀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 성인의 ‘제안’, 이나 ‘권유’등을 통해서 놀이가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가짜 놀이는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놀이의 주도성은 놀이의 시작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놀이의 진행과정과 마무리 모두를 포함한다.
성인의 제안에 시작한 놀이이지만 아이가 즐거움을 느껴 놀이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이는 다른 것들도 시도하고, 다른 놀잇감들도 가지고 온다. 자연스럽게 놀이 주도권은 아이에게 넘어갔다. 아이는 충분히 놀이를 한 다음 스스로 놀이 종료를 알린다. 이것이 바로 주도성이다.
반면 놀이 과정 내내 “이번에는~하자. 이것도 해보자. 이제 그만하고 다른 거 해봐”등의 말로 아이의 흥미를 끊어버리는 행동들이 아이의 놀이 주도성을 빼앗는 것이다.
아이의 흥미 지속, 놀이 확장, 연계 등을 위해 성인이 잠시 주도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때도 아이의 놀이가 끊기지 않게 자연스러운 개입의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비행기 기장이 되어 놀이하고 있다. 운전만을 반복하는 것이 심심해진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기장님! 날씨가 안 좋아졌어요! 비행기가 흔들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엄마 승무원이 등장해 놀이에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를 제공해주었다.
주어진 상황으로 인해 아이의 주도적인 놀이가 멈춰야 하는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키즈카페와 같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 놀이할 경우이다. 이때는 상황을 미리 이야기하고 아이와 놀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시간의 경우 놀이 종료시간을 미리 알려주어 놀이가 중간에 끊길 수 있음을 아이가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영아의 경우 손가락 5개를 한 개씩 접어가며 남은 시간을 알려 주거나 , 유아의 경우 시계의 숫자를 보고 큰 바늘, 작은 바늘이 어느 숫자까지 오면 놀이를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어떤 놀이를 하든 그 놀이가 단편적으로 끝나는 것보다 다양한 영역들과 연계되고, 다른 놀이로 확장되는 것이 아이의 배움과도 잘 연결된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의 연령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놀이만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아기들에게는 그 놀이를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아기가 반복 놀이를 충분히 한 다음, 흥미가 떨어졌을 경우 지금 하던 놀이와 유사하거나 새로운 놀이 방법을 아기에게 보여주면서 놀이를 확장시켜줄 수는 있다.
아기가 끈 달린 빨간 공을 흔들며 놀이한다. 이 놀이에 흥미를 잃어갈 때쯤 어떤 놀이들을 해줄 수 있을까?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려 한다.
먼저 빨강 공의 ‘빨간색’에 초점을 두어 빨간색의 다른 놀잇감을 꺼내 보여줄 수 있다. “이준이가 빨간 공을 가지고 있네”, “여기 빨간색 자동차도 있구나”
공’의 성질에 초점을 두어 공을 굴려볼 수 있다. “(다른 색 공을 잡으며) 공이 데구루루 굴러간다~”
공에 달린 ‘끈’에 초점을 두어 공을 다른 곳에 메달아 준다. “(다른 색의 끈 달린 공을 옷걸이에 걸고) 손가락으로 쳐봐야지~ 공이 흔들리네~”
이밖에 공이라는 놀잇감으로 놀이하고 있지만 그림책으로 연결해 볼 수도 있다. 공 주제의 그림책, 빨간색이 많이 나오는 그림책등으로 아기가 흥미를 가지고 있던 놀이로부터 다른 놀이로의 연계를 해보는 것이다.
유아들과의 놀이는 신체, 예술(미술, 음악), 언어, 표현, 수과학 영역 등 다양한 영역을 생각해 놀이로 연결 지어줄 수 있다. 물론 성인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아이의 흥미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면 다양한 놀거리들이 보일 것이다. 특히 유아들은 상호작용이 원활하다. 이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아이의 요구가 분명하고 주도성 또한 커지기 때문에 성인은 보조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해주면 된다.
아이와 놀이할 때,
흥미, 주도성, 통합! 이 세 가지는 꼭 기억하려 한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놀이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해 나갈 내 아이의 모습을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