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잘 보는 아이로 키우려면?
'책 육아'라고 하면, 아이를 양육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어주는 것' 분명 맞다. 그러나 '많이'의 기준은 무엇일까. 오늘 하루 아이에게 읽어준 책, 아이가 본 책들을 한데 모아 두고 그 양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책의 권수가 아이에게 쌓인 지식의 양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엄마가 읽어주었던 이야기와 그림을 기반으로 책을 보는 영아기에는 책을 많이 보는 것보다(빠르게 휘리릭 넘기고 닫고 다른 책을 꺼내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면 일종의 소근육 놀이 일 수도 있다.)
아이의 반응에 응답해 가면서 아이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면서 한 권의 책이라도 재미있게 읽어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 따라 원하는 책을 집중해 보며 많은 양의 책을 하루에 보기도 하지만 책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즐거움과 배움의 정도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개구리 주제의 자연관찰 책을 보았다면 개구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개구리의 뛰는 모습을 흉내 내보면 신체발달을 도모할 수 있고, 개구리 동요를 부르며 음률활동을 통한 예술경험을 할 수도 있다. 책 속에 등장한 개구리들의 수를 세어보며 수와 연산을, 책 속에서 개구리 글자 칮아보고 함께 읽어보며 언어 발달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때문에 '책 많이 읽어주기'에서 몇 권의 책이라도 '책 의미 있게 읽어주기'에 중점을 두자.
여기서 의미 있게 읽어주기란, 위의 예시처럼 책의 주제와 연관된 다양한 놀이와 활동들을 해보는 것. 아이의 요구에 따라 같은 책도 무한 반복해 읽어주는 것, 책에서 궁금한 것을 발견했을 때 함께 찾아보는 것 등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반영한 읽어주기 방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책을 즐겁게 다양한 방법으로 보았던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이후 책을 스스로 잘 보는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루에 보는 책의 양은 쌓여간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스스로 보며 그 속에서 배움을 찾아내고 습득해 나가는 아이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아이가 책을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책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흥미를 가지고 있는 책 혹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책, 아이의 연령에 적합한 책 등 말이다. (연령별 아이에게 적절한 책에 대해서는 그림책 고르기 편에서 다루었다.) 그리고 책을 정리해 둘 책장을 마련한다.
책장은 책을 일렬로 꽂을 수 있는 기본 책장과 책의 겉표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전면 책장, 돌아가는 회전 책장 등이 있다. 영아기에는 일반 책장과 함께 전면 책장이 있으면 좋다. 전면 책장은 책의 겉표지를 나열해 두어 마치 전시회에 온 것처럼 그림들을 살펴볼 수 있어 아이에게 많은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또한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연령의 아이가 그림을 보고 보고 싶은 책을 찾아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전면 책장도 종류가 다양한데, 어린 연령일수록 튼튼한 전면 책장을 구입해야 한다. 아기가 책장을 잡고 설 때 흔들리거나 책이 앞으로 쏟아져서는 안 된다.
유아기 이후에는 보다 크고 넓은 전면 책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직접 원하는 책들을 진열해 보기, 책장의 한 줄은 아이의 미술작품 함께 전시해두기, 책 제목과 작가 이름 써서 전시해둔 책 아래 붙여두기 등.
책의 양이 많다면 회전 책장도 효율적이다. 주제별 혹은 출판사 별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고, 돌리면서 책을 찾는 재미까지 있다.
책과 책장이 모두 준비되었다면 책장 주변을 정리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책장이 있는 곳에 러그, 카펫 등을 깔아 안락함을 줄 수 도 있고 키즈용 의자나 소파를 옆에 둘 수도 있다.
거실이나 아이방 둘 중 한 곳에 책장, 한 곳에는 교구 및 놀잇감을 두어 활동 공간을 분리해준다.
돌 전에는 공간 분리를 따로 해주지 않아도 되지만 돌 이후부터는 책과 놀잇감을 분리해 아이가 책을 볼 때 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과 놀잇감의 분리이지 놀잇감을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중간중간 꺼내 주라는 것이 아니다. '책 육아'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 '책을 많이, 책만'이라고 생각해 책만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아이의 전인 발달에 긍정적이 않다. 아이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수준의 적정한 양의 놀잇감과 교구도 필요하다.
책은 기본적으로 언어와 인지발달을 돕는다. 정서, 사회성, 신체 발달의 측면들은 책을 읽기만 한다고 해서 발달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서, 사회, 신체 발달 주제의 책이 있지만 실제적인 경험과 움직임이 충분히 더해져야 이 세 가지 영역의 발달도 고루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병원 주제의 그림책을 보았다. 책을 본 뒤 병원 관련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뿐 아니라 병원놀이 소품을 활용해 역할놀이를 해본다면 역할에 대한 이해, 놀이 중 또래 혹은 성인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사회정서 발달도 도모할 수 있다.
책을 보며 보았던 것을 블록으로 만들어 볼 수 있고, 책에서 본 것을 교구나 놀잇감 중에 찾아와 볼 수도 있으며, 책에 등장한 동물을 보고 동물원 놀이를 역할극으로 펼쳐볼 수 도 있다. 책과 놀이를 연계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와 활동은 무한하다. 놀잇감을 아예 차단시켜 책으로부터 확장할 수 있는 놀이의 길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장의 위치나 책장 속 책의 위치에 변화를 주어 새로움을 선사한다.
책장은 대부분 늘 같은 위치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경우가 많고 전면 책장이 아니라면 처음 꽂아둔 위치에 책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씩 책장 한쪽은 천으로 가려두거나 책들을 다른 위치에 꽂아두어 변화를 주자. 아이는 무언가 변한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책장 앞으로 한발 더 다가올 것이다.
부모 중 엄마만 책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아빠도 책을 보여준다. 혹 함께 거주하고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대상은 더 많아진다.
억양, 크기, 높낮이, 속도 등 목소리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때문에 오늘 엄마가 읽어준 이 한 권의 책을 다음 날 아빠가 읽어주면 다른 책을 보는 느낌을 아이에게 선사할 수 있다. 아이는 새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책에 보다 몰입할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책을 읽어주는 방법이 다르다. 글을 그대로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림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고, 새로운 말을 덧붙여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책을 읽어주는 가족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책을 통해 아이가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면 가족 구성원과 아이와의 친밀함은 증가하고 정서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을 혼자 보는 아이를 보면 흔히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도 잘한다고 생각해 아이를 그대로 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성인의 관찰이 필요하다. 정말 스스로 책을 잘 본다면, 아이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되겠지만 혼자 보는 것이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이기만 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혼자서 책을 잘 보는 건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영아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책을 본다. 중간중간 손가락으로 아는 그림을 가리키기도 하고, 말할 수 있는 단어로 그림의 명칭을 말하기도 한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유아가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면서 책을 읽는다.
이때는 성인이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보는 것이다.
반면,
책을 꺼내 한 두장 넘기고 덮고 또 다른 책을 꺼내기를 반복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책을 펼쳐두고 있지만 시야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책을 한두 장 보다가 책을 들고 부모가 있는 곳으로 온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할 때는 함께 책을 보자는 아이의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어린 영아가 "책", "책 읽어줘(요)"등의 말로, 혹은 책을 가져와 내밀거나 책을 가리키며"이거" 하는 등의 행동으로 책을 보여달라는 표현을 하면 함께 책 읽기를 하면 되지만, 표현이 미숙한 아이의 경우에는 책을 함께 보고 싶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혼자 책을 보는 것처럼 있는 아이의 모습을 잘 관찰하고 함께 보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이 포착되면 먼저 다가가 함께 책 읽기를 권한다.
"엄마가 책 읽어줄까?"
"이준이가 책이 보고 싶구나~ 어떤 책 보고 싶었어?"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