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하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 오늘은 어디서 놀아요??
- OO 놀이해도 돼요?
놀이를 시작하기 전 이렇게 묻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런 물음을 들으면 나는 너무도 쉽게 대답한다.
- 놀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놀자.
-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 돼요
당연한 말인데, 반복적으로 이러한 질문을 하는 아이를 보면 그동안의 놀이가 자유롭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든다. 더불어 어쩔 수 없이 놀이 공간을 한정 지을 수밖에 없었을 성인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노 키즈 존(NO Kids Zone)’ 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 아이들을 제한하는 공간까지 생겨난 시대이다.
세상에! 옛날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이런 공간.
자신의 휴식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개인주의로 만들어진 것인가.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부모들의 눈치로 만들어진 것인가.
사실 노 키즈 존에 대한 찬반은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단지 나의 입장이 노 키즈 존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의 탐색과 경험의 기회를 주지 않기에 안타깝다는 쪽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이들이 자유롭지 못한 놀이를 하게끔 만든다. 놀이하기 전 놀 수 있는 곳을 물어보아야 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할 수밖에 없다. 정해진 놀이를 그냥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공간이 줄어들수록 유치원에서 만큼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탈피한 놀이 공간을 위해 아이들에게 더 많은 놀이 선택권을 주었다.
개별적으로 아이들에게 원하는 공간에서 놀이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다 함께 모이는 시간(대집단 활동)에도 자유로운 놀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자유롭게 놀이하는 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생각해보고 놀이하면 돼 요.
- 쌓기 놀이를 하다가 책을 보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놀아도 돼요?”라고 묻지 않고 원하는 곳에 가서 놀 수 있어요.
물론,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는 어느 정도의 한계는 설정할 수밖에 없다.
‘안전’이라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놀이공간을 확보해준다면,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만큼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말 내가 원하는 자유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에서 공간을 탈피한 자유놀이를 진행하다 보면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이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가령 피아노 아래 빈 공간까지도 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놀이 공간으로 허용했더니 피아노 아래 빈 공간은 누군가의 집, 동물병원, 침실 등이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로운 놀이를 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통해 부모가 정해주는 공간이 아닌 아이가 선택하여 부모와 협의된 공간에서 놀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의 놀이 공간이 다양해지는 만큼 놀이 형태도, 놀이 방법도 창의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때 공간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단지 아이가 찾아낸 새로운 공간을 약속한 시간에 허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공간은 엄마의 화장대 아래가 될 수도 있으며, 소파와 장롱 사이에 아이 혼자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일 수도 있다. 구석! 아이들은 의외로 넓은 공간보다 나 혼자 쏙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좋아하기도 한다.
반면 넓은 공간을 원한다면 그날만큼은 잠시 물건을 한쪽에 밀어주는 부모의 작은 노력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유치원에서는 교실 내부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블록들을 활용하여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많다. 그중에서도 내구성이 높지만 무겁지 않은 벽돌 블록과 끼워 맞출 수 있어 무너짐이 적은 와플 블록이 공간 구성에는 탁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이러한 큰 블록류들을 비치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종이 박스와 상자, 끈 류, 띠 테이프 등의 자료이다. 다양한 크기의 종이 박스는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되고, 종이 상자들은 아이들의 손에 의해 쌓이거나 연결되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리본 끈이나 털실 등과 같은 끈 류는 끈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네모 공간을 탈피한 여러 가지 모양의 공간을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바닥에 세 등분으로 자른 리본 끈을 고정해 준다면? 세모 모양의 놀이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간단하게 종이 띠 테이프 바닥에 붙여 줄 수도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 띠 테이프는 유치원에서 바닥에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자주 사용했는데 진득이가 묻어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져 매우 용이했다.
- 이제 다른 놀이 할래~! 무슨 놀이 하러 가볼까?
- 나는 점토 할 거야.
- 복도에서 종이비행기 날리기 시합하자
- 오늘은 피아노 밑에 우리 집 할래!!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선택해 원하는 공간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나의 선택권을 타인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나 스스로가 결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권을 수반한 놀이는 아이들의 주도성 발현을 함께 도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