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형제
이준이의 첫 번째 별명은 태명인 “다복이”
쌍둥이 임신임을 알게 된 바로 당일에 남편이 고심 끝에 정한 이름이다. 많은 복을 가졌다는 의미로 "다복이"
엄마 뱃속에서 1분 먼저 태어나 첫째이면서 형이 된 이준이는 2kg으로 작게 태어났다. 심지어 시간이 조금 지나 몸무게가 빠져 병원에 있는 동안 1.9kg이었다(일반적으로 출생 후 아기의 몸무게는 조금 빠진다고 한다). 그리고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들의 목표는 이준이 2kg에 퇴원시키기였다고!
퇴원 전 까지도 이준이가 작아 중환자실에 보내야 하나 많이 의논했다는데, 다행히 이준이는 신생아실에 있다가 퇴원할 수 있었다. 먹는 속도는 느렸지만 주어진 양의 우유를 다 먹었고 다른 발달 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쪼꼬미” 우리 이준이가 신생아실 선생님들에게 불렸던 이름이다. 다복이라는 태명이 있었지만 말이다. 신생아실에 가면 선생님들이 아기들을 부르는 이름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는데 이준이를 부를 땐 “쪼꼬미”라고 했고, 이준이의 두 번째 별명을 알게 되었다. "쪼꼬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조리원으로 갔다. 조리원에서는 아기들의 태명을 부르고 있었으며 3주간 이준이는 "다복이"로 불렸다.
초반 1주~2주 차에는 조리원 선생님들이 다복이는 느리게 먹는다고 했다. 느리지만 다 먹는다고! 이는 병원에서와 같은 말. 천천히 먹지만 야무지게 양껏 우유를 먹는 이준이. 너무 작아 빠는 힘은 약했기에 이준이는 직수(엄마 젖을 빨아서 바로 모유를 먹는 것)를 시도해보지 못했고 유축(유축기를 사용해 모유를 빼내는 것)을 해서 모유를 가져다주었다. 아직 작은 이준이를 보면 안쓰럽기도 했지만 너무 작아 소중했고, 너무 작아 귀여웠으며, 작았기 때문에 그 작음이 주는 예쁨이 넘쳐났다. 조리원에 함께 있던 산모 중 한 명은 이준이를 보며 "요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외모는 요정이었지만 행동은 의젓하고 야무진 형아 느낌의 이준이.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다복이는 작은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기저기 잘 살펴봐. 형이라고 아주 야무져”
이때까지만 해도 이준이는 그런 아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조리원 생활 3주 차쯤 접어들어 이준이의 말랐던 볼살은 포동포동해지기 시작했고 잘 울지 않던 이준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만큼 먹는 속도도 빨라졌으며 양도 늘었다. 이준이가 쪼꼬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작은 요정에서 조금 큰 요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리원 원장님은 말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둘이서 경쟁했나 봐. 뱃속에서는 동생한테 다 뺏겼었는데 이제 따라잡으려고 잘 먹는 것 좀 봐”
이준이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초반에 이준이에게 씌워주었던 헐렁했던 모자가 조리원 퇴소 전날에 딱 맞게 될 정도로 말이다.
지금 이준이는 이현이와 거의 비슷한 체격으로 성장했고, 태어났을 때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볼살이 붙었다.
“이준이 조리원에서 다른 아기랑 바뀐 거 아니야? 우리 이준이 어디 갔지?”라고 농담할 정도로 말이다.
집에 와 현실 육아를 하면서 이준이에게 붙은 별명은 두 개.
첫 번째는 고양이준이다. ‘고양이+이준’을 합쳐 우리가 만든 이름 ‘고양이준’
이준이가 내는 소리는 고양이처럼 앙칼지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앙"
"얏"
"에헤"
"엣엣에"
여기에 이준이가 주먹을 꼭 쥔 양손을 볼 옆 쪽으로 가져다 대면 이준이는 더 고양이준이 되었다.
두 번째는 아기새이다. 이준이는 입술을 살짝 앞으로 내미는 표정을 잘 짓는다. 우유를 먹이기 위해 젖병을 입 근처로 가져다 대면 목을 앞으로 빼서 젖꼭지를 무는 모습도 참 아기새 같다. 그래서 아기새 라는 별명이 생겼다. 막달이 다되었을 때 초음파 사진을 찍으면 이준이의 옆모습은 대부분 코 높이 만큼 입이 나와있었다.
"선생님 왜 입이 이렇게 나왔어요??"
그 당시 이 초음파 사진에 대한 의문은 이준이가 태어나 조금씩 커가면서 해결되었다. 이준이의 특유의 표정이 초음파 사진과 같았기 때문에. 이준이가 가끔 짓는 그 표정이 초음파를 찍는 순간 나왔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것 같다.
5월 24일 남편과 둘이 하는 육아 날. 그날 아침은 비가 오는 흐린 날이었다. 이준이는 큰 소리로 울어도 눈물이 잘 나지 않았는데..
남편이 이준이의 울음소리에 이야기했다.
“고양이준! 하늘에서 비가 내려요
고양이준 눈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지만
하늘은 진짜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눈물샘이 아직 막혀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가짜 울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눈물 없이 우는 이준이에게 남편은 참으로도 시적인 말을 해주었다. 이후 이준이가 울 때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남편은 이준이를 애틋해했다. 이현이와 이준이가 동시에 울 때 이현이 특유의 슬픈 울음소리가 이현이를 먼저 안도록 했었는데, 이제 이준이의 눈물도 만만치 않아서 인가보다.
이현이의 태명은 "또복이"
말 그대로 복이 또 있다는 뜻으로, 또복이라는 태명을 지어준 Cho.
또복이 이현이는 초음파 상으로 항상 다복이 보다 머리둘레, 배 크기 등 모든 부분에서 컸다. 심지어 막달 검사 때 교수님께서는 "한 명이 단태아 몸무게보다 크네"라고 했고 그 아기가 바로 이현이였다. 이현이는 이준이 보다 위쪽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준이보다 1분 늦게 태어나 동생이라는 호칭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처음 이현이를 보았을 때, 이준이보다 통통한 얼굴에 진한 눈썹과 많은 머리숱에 놀랐던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서로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다며 머리숱이 너무 많다고 웃었고 남편은 "상남자"라며 이현이를 칭했다.
병원 신생아실에서의 별명은 "밤톨이". 왜 밤톨이었을지 이현이를 자세히 보고 생각해보았는데, 아무래도 머리숱이 많고 이준이보다 얼굴도 보름달처럼 둥그래서 그랬던 것 같았다. 나름 2.7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나 신생아실에서도 우유를 잘 먹었으며, 울음소리도 우렁찼던 이현이. 남편은 처음 이현이와 이준이를 만났을 때를 기억하며 이야기했다.
"이현이 울음소리가 진짜 컸어. 이준이는 여리여리 했는데"
조리원에서 이현이는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안아주는 아기로 유명했다. 안아줄 일 이 많을 만큼 많이 울었다. 그러나 그만큼 귀여운 외모와 움직임으로 예쁨도 받았던 이현이.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신생아실 선생님 한분은
이준이는 딱 모범생 스타일인데, 이현이는 개구쟁이에 나중에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다. 이현이는 외모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개구지고 애교 가득!
이현이는 짙은 눈썹과 머리숱을 자랑했고
"임신했을 때 뭐 먹었어요?"
라는 말을 듣게 했다. 특히 남자 아기를 낳은 산모에게서.
집에서 나와 남편이 이현이에게 붙여준 별명은 '라이현'
고양이준과 마찬가지로 '라이언+이현'의 합성어로 우리가 지어낸 말이다. 여기서 라이언은 아기 사자.
이현이는 잠에서 막 깨어나려고 할 때 아기 사지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취하고 소리를 낸다.
"으~으음"
"흐흠!!"
아주 귀여운 라이현.
친정 가족들은 이현이를 보고 남편과 너무 똑같다고 했다. 그래서 여동생은 이현이를 보며 "형부"라고 농담을 했고, 아빠와 엄마는 '작은 Cho'라고 남편의 이름 앞에 '작은'을 붙여 불렀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이현이는 남편을 닮았고 이준이는 나를 닮았다고들 해서 그렇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같다.
이현이의 울음소리는 일명 '슬픈 울음'. 울음의 이유가 당연히 슬프기 때문이겠지만, 이현이의 울음은 정말 슬프다. 구슬프다. 그리고 이현이의 울음은 단계가 있는 듯하다.
처음엔 입술이 삐쭉 삐죽거린다. 그러다가 "에-에"하고 작은 울음소리를 낸다. 이것이 이현이 특유의 슬픈 울음소리의 시작! 이때 이현이가 원하는 바를 바로 캐치해 해결해주면 울음은 커지지 않지만 대부분 커지게 된다.
"에-에"에서 "에에-에에에 에-엑엑"으로 숨이 가파지고, 울음이 커지며, 마지막에는 "응-애"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 아기 울음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최근에는"음--마!"라는 소리가 섞여 나오기도 하는데 마치 '엄마'처럼 들려 "엄마 여기 있어 이현아~ 엄마 부른 거야?"라고 말하게 된다.
때에 따라 이준이를 돌보고 있느라 이현이의 울음을 바로 달래주지 못할 때는 이현이의 울음이 커지다 못해 작아진다. 너무 서럽게 울어 울음과 울음 사이에 멈춤이 발생하는 것이다. 울음을 안으로 먹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엄마는 이 소리를 '숨 넘어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준이의 울음도 이준이만의 개성을 잔뜩 담은 울음이지만 이현이의 울음은 너무 슬프다.
아기들의 별명은 다양하고 아기들의 개성을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별명보다 우리 아기들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바로 아기들의 이름일 것이다.
조이준 그리고 조이현.
아기들의 이름을 지을 때 많은 고민을 했었다. 남편의 성인 '조'가 아기들의 성이 되니, 나는 내 이름 중 한 글자도 아기들 이름에 넣고 싶었다. 세 글자 중 '이'를 넣기로 했고 '조'와 '이'를 정해둔 상태에서 뒷 글자를 다양하게 바꿔 후보들을 정해두었다. 출산 전부터.
그리고 '조이'는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아기들을 부를 때 '조이 형제', '조이 둥이'라는 별칭을 붙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산 후 이름 후보들을 부모님들께 이야기했고 시부모님은 작명소에 이름을 맡기면서 우리가 정한 이름도 봐달라고 요청했다. 나름 여러 가지 절차를 통해 몇 개의 이름 중 선택을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지인들에게 이름을 물어보기도 했지만 가족들의 의견이 중요했고, 나와 남편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며칠을 고민 한 끝에 정한 아기들의 이름은 '조이준', '조이현'. 여러 가지 이름들 중 뜻을 고려하고, 우리가 예쁘다고 느낀 이름을 선택한 것이었으며 그 뜻은 이러하다.
조이준 '깊은 행복의 물결을 누리는 인물이 되길'
조이현 '빛나는 영화를 누리는 인물이 되길'
이름처럼 우리 아기들! 조이 형제가 행복하고 빛나는 사람으로 커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부모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건 우리의 의무이자 즐거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