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를 알리는 알람시계
생후 30일을 전 후로 이현이는 밤 9시를 알리는 알람시계 같았다.
한번은 이준이, 이현이가 동시에 자고 있을 때 그옆에 누워 함께 쪽잠을 자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음량2의 작은 크기로 켜있는 상태였는데 9시 뉴스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옆에서 자고 있던 이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달콤한 잠에 취해있던 이현이었는데, 맑은 눈을 크게 떠서 나의 눈을 한없이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눈은 분명 방금 전에 뜬 눈이었다. 충분한 숙면을 취해 피곤함이나 졸림은 하나도 없는 아주 맑은 눈!
"이현이 또 눈을 동그랗게 떴네!"
"9시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 해지지요!?"
이 시간에 눈을 뜬다는 것은 이현이가 밤잠을 자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음을 의미했다.
9시만 되면 눈이 동그래지는 이현이! 이런 날들이 몇일 반복 되자 이현이는 9시 알람시계가 된 것이다.
밤에 잠을 잘 자게 하기 위해 낮잠을 자는 아기를 깨워보려고 했지만 아직 너무 어린 아기의 낮잠을 방해한다는 것은 탐탁지 않은 일 이었고 아기의 이름을 부르며 깨워보려고 하는 시도도 매우 미약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자연스럽게 아기가 낮에 놀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낮잠은 줄면서 밤잠은 길어지기를 기다리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여겼다. 이는 곧 9시의 알람시계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
이날 이현이는 9시에 눈을 떠 우유를 먹고나서도 졸려하지 않았다. 트림을 시켜준 뒤에 쿠션에 눕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소리를 내며 빙글 빙글 돌아가는 흑백모빌을 놓아주었다. 이현이는 한동안 모빌의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나 이현이만의 혼자놀이는 약 10분에서 15분내외.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이현이에게는 꽤 긴 놀이시간이었으리라.
"으아앙"
칭얼거리는 이현이의 소리는 이제 다 놀았으니 안아달라는 의미였다.
"여보"
낮 동안 충분히 이현이를 안아주었다고 생각한 나는 약간은 피곤함 섞인 목소리로 Cho를 불렀다. 저녁 시간에는 엄마외에 육아 동반자가 한명 더 추가되었으며, 그 당사자는 남편 Cho. 그는 나의 부탁을 다 듣지 않아도 자신이 무얼해야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어, 쿠션에 누워 있던 이현이를 안아들었다.
"이현이 왜 안자고 있죠?"
이현이를 바라보며 애교섞인 말투로 이야기하는 남편이다.
모빌이 이현이 재우기에 실패하고 Cho가 등장한 이때, 다시 한번 작은 기대를 걸어보았다. 이현이가 편히 밤잠에 들기를 말이다. 남편은 이현이를 품에 안고 거실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거실을 지나 방에도 들락 날락 하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이현이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10분 가량의 Cho의 노력이 빛을 바란 순간이 찾아왔다. 남편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이현이가 어느새 잠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감겼고, 숨소리는 쌔근쌔근
하지만 이때 바로 아기를 눕혀서는 안된다.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아기를 눕히면 그전의 노력은 소금이 물에 녹듯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몇일 안되는 육아 경험이 쌓여 얻은 노하우라면 노하우였다. 힘이들더라도 아직은 이현이를 이불 위에 안착시킬 때가 아니었다. 남편은 10분을 더 이현이를 안고 토닥여 주었으며, 이후 이현이 재우기에 성공했다는 기분좋은 미소를 머금은채 이현이를 눕혔다.
그렇게 이현이는 이날 밤잠을 잘 자기 시작했고, 이후 새벽에는 기존의 패턴에 맞춰 2시간에서 2시간 반 사이 간격으로 깨어 우유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
9시의 알람시계 이현이는 언젠가 부터 이준이와 이 시계의 역할을 나누어 가졌나보다.
바로 그 다음 날 9시에는 이준이의 눈이 말똥말똥
"어제는 이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오늘은 이준이네!?"
엄마의 말에 나와 남편은 깔깔 거리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이준이 밤 잠 재우기에 돌입해야겠다. 다행인 것은 아직 까지 두명 모두가 9시의 알람시계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번갈아가며 밤잠 재우기의 어려움을 선사하는 둥이들이지만 한명이 깨있으면 한명은 자고 있는 효자라면 효자둥이다.
쌍둥이 육아는 두배로 힘든게 당연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두배는 더 많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생후 약 한달째인 지금은 아기들이 칭얼거릴 때, 적절한 대처를 해주기만 하면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모든 것은 울음이지만 그 안엔,
"배고파요. 우유주세요"
"안아주세요"
"트름 시켜주세요"
"응가 했어요. 기저귀 갈아주세요"
"쉬 했어요. 기저귀 갈아주세요"
"졸려요 재워주세요"
대략 여섯 가지의 아기의 요구들이 담겨 있고 이를 잘 파악하고 대처한다면 평온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아기들의 생후 50일을 기점으로 알수 없는 이유의 울음이 발생했으며, 잠투정이 시작되었다. 평온한 시간의 단축을 알린 54일째 새벽. 그 기록은 다음편으로 넘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