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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자 아가들

물을 좋아하는 둥이들

by 별리

#1. 목욕이 주는 편안함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씻는 일인 경우가 많다. 깨끗이 씻고 나서의 휴식은 졸음을 동반할 만큼 편안함을 준다. 아기들에게도 그렇다.

우리 아기들에게 씻는 일, 목욕을 하는 일은 당연히 몸을 깨끗이 하는 일이자 엄마와 아빠의 손길을 온전하게 가득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아기들은 대부분 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물이 엄마의 뱃속에서 느낀 양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데, 우리 아기들도 그런 것 같다. 물에 들어가면 울기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아빠의 손에 온전히 자신을 맡긴다.

목욕을 시키는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려가는 5시에서 6시 사이의 시간. 이 시간에 아기들은 잠을 자고 있기도 한데, 이현이의 경우 목욕을 하면서도 계속 잠을 자기도 했다. 그만큼 편안함을 느낀 것일까. 목욕이 거의 끝나갈 때쯤 잠에서 깨어나는 이현이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현이는 목욕하면서도 자고 있네!"라며


목욕의 마무리는 깨끗한 물이 담긴 욕조에 아기가 잠깐 들어가 앉아 있을 수 있도록 하면서(잡아주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몸을 헹궈주는데, 이때 아기는 가장 행복해 보인다. 큰 편안함이 행복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기는 자신의 몸을 닦는 손놀림이 없고 단지 따뜻함이 느껴지는 물이 몸 전체를 감싸고 있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을까.

#2. 목욕의 순서


무언가의 행동 실행에는 늘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그 순서를 외우지 않아도 배워온 대로 하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순서를 따르게 된다. 아기 목욕시키기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아기 욕조와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둔다.

두 통에 물을 받는 이유는 한 곳에 씻기는 물, 나머지 한 곳에 헹굴 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야에 씻기는 물, 욕조에 헹굴 물을 마련했다. 그리고 헹굴 물은 아기를 씻기고 나서 사용하기 때문에 물의 온도를 좀 더 따뜻하게 해두어야 했다. 아기를 씻기는 동안 물이 식으니 말이다.


둘째, 아기를 씻기고 나서 갈아입힐 옷과 몸에 바를 로션, 아기를 눕힐 수건, 기저귀를 준비해 둔다. 수건은 미리 매트 위에 깔아 두고 그 위에 기저귀와 옷을, 옆쪽으로는 로션을 두었다.

목욕 후 옷입히기를 위한 준비


셋째, 아기를 데리고 욕실로 이동한다. 이때 아기가 추울 수 있기 때문에 옷을 다 벗기지 않고 기저귀만 벗긴 채 이동했다. 그러나 목욕을 시키던 도중 아기가 소변 발사를 하는 일이 생겨 기저귀도 욕실에서 몸을 씻기기 직전 벗기는 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넷째, 우리가 배운 방법대로 아기를 씻겨나간다. 손수건 중에서도 부드러운 재질의 가제손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준다.

눈은 안에서 바깥쪽으로 닦아주고, 코도 잘 닦아준다. 이때 코 아랫부분을 좌우로 여러 번 움직여주면 코안의 이물질이 빠지기도 했다. 즉 가제손수건으로 얼굴을 세수시켜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후에 머리를 감겨준다. 샴푸와 바스 기능이 함께 인 제품을 사용하고, 몸은 물로만 씻겨준다.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기들에게는 좋다고 했고, 우리는 배운 대로 실천했다.


다섯째,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씻겨줄 때 욕조에 담아둔 헹굼 물을 사용했으며 마무리로 욕조안에 아기를 들어갈 수 있도록 해서 전체적으로 한번 더 헹궈주었다. 아직은 혼자 앉을 수 없기에 우리의 손으로 받혀주어 앉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아기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욕실 밖으로 나와 아기의 옷을 입혀줄 차례. 미리 깔아 둔 수건 위에 아기를 눕히고 몸을 다시 한 번 더 닦아준다. 그리고 로션과 수딩젤을 몸에 발라준 뒤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힌다. 아기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작은 추위에도 온몸을 벌벌 떨었기 때문에 옷을 입힐 때도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아래부터 차례로 입히면서 이때 노출된 상체 부분은 수건으로 덮어두는 것이 그것이었다.


#3. 아기에게 하는 말


목욕을 시키는 와중에도, 마지막에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입히면서도 엄마와 아빠는 아기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일방적인 대화이지만 아기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느낌을 물어봐주는 것이다.


"이준아 이건 물이야~"

"물에 들어가 보자"

"발에 물이 닿았네"

"아이 따뜻해"

"로션 발라줄게"

"다리부터 살살~ 부드럽다"

"좋은 냄새가 나네"


이렇게 다양한 말들로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은 목욕을 할 때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아기의 언어발달을 위한 자극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고 그 목소리에 아기가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각이 가장 많이 발달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기가 혹 놀라는 상황에서도 익숙한 엄마, 아빠의 소리를 들으면 진정될 수 있다. 즉 아기의 긍정적인 정서 발달에 있어 친숙한 보호자의 따뜻함 담긴 목소리는 중요한 하나의 요소인 것이며, 우리는 아기에게 이 세상을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가야 이제 물속에 들어가 볼 거야." 물에 몸을 담그기 전 아기가 놀라지 않게 설명해주는 것. 아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엄마, 아빠의 다정다감한 목소리는 아기에게 안정감이라는 이불을 덮는 것처럼 포근함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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