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이를 재워라
둥이들이 태어난 지 43일째 되는 날의 일이다.
"오늘은 누가 엄마랑 잘까?"
밤잠을 함께 할 오늘 나의 짝꿍은 첫째 이준이.
남편은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했기에 새벽 중 아기들에게 우유를 주고, 재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고로 평일에는 나와 엄마가 각 한 명의 아기를 맡아 밤중 육아를 담당했으며 오늘 나는 이준이의 밤중 육아 파트너!
보통은 이준이와 이현이 둘 다 두 시간 간격으로 깨어 밥을 달라는 울음을 보였으나 이건 평범한 날의 경우였고 낮에, 노는 시간보다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았다거나 새벽 중 대변을 보는 경우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선 두 시간 간격의 패턴이 틀어지곤 한다.
밤 12시 반, 우유 90ml를 먹고 잠이든 이준이.
얼마나 지났을까.
"음 으음!"
뒤척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 뒤척임의 소리는 금세 울음으로 바뀌었다.
"응--야! 응야!"
이준이 특유의 고양이 같은 아기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곧장 일어나 이준이의 기저귀부터 갈아주었다. 아기 울음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배고픔'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곧장 분유를 타오는 것이 급선무였겠지만, 이는 이준이에게 맞지 않았다.
이준이는 기저귀가 조금만 젖어도 불편함을 표현했고 심지어 우유를 먹다가 소변을 보게 될 경우 갑자기 우유를 급하게 먹으면서 컥컥 거리거나 칭얼칭얼 눈물 없는 울먹임을 보였다.
이때 바로 기저귀를 갈아주면 우유를 먹는 속도가 적정 속도로 돌아왔으므로. 이준이에게는 젖병을 빨리 입에 대어주는 것보다 기저귀를 보송보송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동안에도 이준이의 울음은 계속되었다. 빠르게 기저귀를 갈고 말했다.
"이준아 엄마가 맘마 가져올게요~"
부엌으로 이동해 분유를 타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이준이를 안아 들고 우유를 주기 시작.
만족스러운 상태에서의 식사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준이는 급하게 젖병의 꼭지를 빠느라 숨이 가빠지지 않았고, 목에 걸려 컥컥 거리는 소리도 내지 않았으며 팔로 젖병을 밀치지도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 다리를 위로 접었다가 아래로 쭉 뻗으며 몸무림을 치기도 하는데 그러한 행동도 없었다. 단지 맛있게 젖병 속 분유를 쪽쪽 짭짭 빨아먹었다.
그러던 중 그야말로 '이건 응가다'라는 확신을 줄만한 방귀를 뀐 이준이.
우유를 다 먹이고 나서 다음 단계였던 '트림시키기' 사이에 '응가 닦아주기'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엄마가 없는 주말 육아 시, 이준이는 남편과 잠을 잘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남편은 이준이가 새벽에 대변을 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새벽에 두세 번 이상 이준이의 응가를 씻겨준 남편은 그 이후로 이준이의 기저귀를 갈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다.
"아빠는 이준이 기저귀를 열 때마다 두려워~"
농담과 진담이 절묘하게 섞인 남편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고 웃음 지었었는데,
오늘 나에게 그 일이 발생했고 이후로도 여러 번 새벽 중 이준이의 응가를 씻겨주는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의 말을 공감하게 되었다. 절실히!
이준이가 젖병의 분유를 다 먹었다. 이제 이준이를 안아 들고 욕실로 이동해 엉덩이를 씻겨줄 차례.
아기 비데에 이준이를 눕히고 엉덩이를 씻겨주었다. 물을 좋아하는 이준이는 칭얼거리지 않고 가만히 비데 위에 누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욕실 안 모습을 살피는 건지, 내가 잘 씻겨주는 것을 확인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눈동자는 매우 맑고 반짝반짝하다.
새벽시간. 자야 하는데.
이준이의 눈은 그렇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준이에게 새 기저귀를 해주고 트림만 시켜주면 다시 잠자리에 들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트림시키기'에 들어갔다. 가슴 쪽으로 이준이를 안아 들고 이준이의 등을 두드렸다. 이준이는 트림을 하는데 이현이 보다는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빠르면 5분 이내에 트림을 했지만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도 대략 5분 정도의 두드림 이후 이준이는 시원 한 트림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눕혔다.
보통 배를 든든히 채운 아기는 바로 잠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고 일반적인 새벽 육아 중에도 이준이는 우유를 먹고 바로 잠에 들었었는데... 이준이는 칭얼거리며 자기를 거부하는 듯했다.
욕실에서 이준이의 맑은 눈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 상황을 직감하긴 했다. 이준이는 잠에서 깼고, 한동안 잠을 자지 않을 것임을 말이다.
이준이 옆에 누워 토닥여주었지만 칭얼거림은 여전했고, 쪽쪽이를 물려주었지만 쪽쪽이는 이준이 입에서 금세 밖으로 빠져나왔으며, 안아서 재워보기 위해 내 몸이 바운서가 되어보기도 했지만, 이준이의 눈은 여전히 잠을 이긴듯해 보였다.
30분 이상을 이준이의 맑은 눈과 씨름을 하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분유를 조금 더 먹여보았다.
이준이는 고작 10ml 정도의 분유를 먹더니 나른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눈은 배부름의 풍족함에 지고 말았다.
스르르 눈이 감긴 것이다.
'아! 배가 덜 차서였구나.'
배가 부를 만큼 부른 이준이는 쉽게 잠을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시원하게 대변을 보고 났으니 속이 비어 있을 수밖에.
그러나 육아는 그리 쉽지 않았다.
이후 이와 같은 일이 생기면 '분유 더 먹이기'로 대처해보려고 했으나 야속하게도 '분유 더 먹이기'가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니었다. 어떤 날 새벽에는 이준이가 응가를 한 뒤 추가로 분유를 먹였으나 그날의 해결책은 쪽쪽이었고, 또 어떤 날에는 안아서 재워주는 것이 해결책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준이가 새벽에 응가를 해 잠에서 번쩍 깨어났을 때의 정답은 없던 것이다. 육아의 정답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그때 이준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봄으로서 찾아내는 수밖에.
며칠을 연달아 이준이와 잠을 자다가 이현이를 데리고 잔 적이 있다. 이현이는 새벽 중 대변을 잘 보지 않았기에 이현이가 만들어내는, 밤 중 소리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현이와의 밤중 육아가 더욱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현이도 대변을 보았다.
'이런'
다행인 것은 이현이는 대변을 보고 엉덩이를 씻고 난 뒤에 남은 우유만 먹으면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난 다면 이현이 또한 물의 촉감에 잠이 번쩍 깨어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누구와 자지?'
새벽 대변 후 눈을 크게 뜨는 이준이? 달콤한 꿈속에 오래 머물지만 다양한 소리들로 엄마의 잠에 침투하는 이현이? 누가 오늘의 밤중 육아 파트너가 되던 힘듦은 따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선택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누구와 자던간에 내 아기와 자는 일은 행복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