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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리니까

안아주자 많이

by 별리

아기들이 낮잠을 자기 전 졸림의 표현으로 울기 시작한 것은 대략 생후 50일 전후였다. 우유를 먹고 자연스레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대부분 중 일부가 비집고 올라와 아기들이 잠을 자기 전 울음으로 투정을 부리게 만들었다.


우유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포만감의 마법이 아기들을 잠들게 만들더니 이제 50일이 넘은 아기들은 그 마법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생겼고, 대신 울음으로 '재워달라'는 신호를 만들어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아기를 품에 안아 좌우로 흔들어주거나, 방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아기를 재워주었고 우리의 품을 느낀 아기들은 금세 잠에 빠져 들었다. 안아줌이 잠으로 연결된 시점이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기들이 태어난 지 54일째 였던 날 새벽. 수면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잠에서 깨어난 이준이가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잠에 들지 않았다. 나와 함께 자고 있던 이준이. 분유를 더 줘보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고, 쪽쪽이를 물려주기도 했는데 이준이는 잠들지 못했고 칭얼 칭얼 울음을 보였다.

결국 이현이와 자고 있던 엄마가 도움을 주었고, 엄마는 꽤 오랜 시간 이준이를 안고 돌아다녀야 했다.


조금만 안아주어도 잠들던 아기들은 어느 순간부터 오랜 시간 안아주기를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품속에서 잠들어 눕혔었는데, 품이 아닌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이불 위에 눕혀지자 마자 울기 시작했다. '다시 안아달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말이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아기의 현상을 '등 센서'라고도 표현하고 있었다. 등에 센서가 있어서 눕히기만 하면 깬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안아서 재워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남편은 유** 검색을 통해 수면교육을 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수면교육 방법을 찾아보았고 바로 이날 당일부터 실천해 보기로 했다. 제대로 알아본 것도 아니고 사람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인터넷 자료만을 대충 훑고 말이다. 성격이 급해서 탈이지.


우리가 실행해 본 방법은 일명 퍼버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기가 울면 진정시키고 진정이 되면 다시 눕힌 뒤 방을 나간다. 이후 아기가 울면 다시 방으로 들어가 3분 동안 아기를 진정시키며 같이 있다가 나온다. 아기가 또 운다. 이때는 3분 후에 방에 들어간다. 그 3분 동안 아기는 우는 것이다. 잠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3분, 5분, 10분으로 시간을 늘려가며 아기가 스스로 자도록 하는 방법이 퍼버법이었는데, 우리는 이 방법을 딱 한번! 3분만 해보고 나서 하지 않기로 했다.

아기가 많이 울 때 그 울음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지만, 우리 부부가 단호하지 못하고 아기의 울음에 마음이 약해져서 이 방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리고 주관적으로 이 방법이 아기의 정서에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다.


아직은 너무 어린 아기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자 울음이란 수단으로 표현할 때 이를 알고 맞춰주는 것이 부모에 대한 신뢰감 형성을 돕는다. 인간의 발달단계를 8단계로 이야기한 에릭슨은 영아기 초기 시기를 신뢰감대 불신감의 시기라고 하면서, 이 시기에 신뢰감을 획득하는 것이 과업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 아기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그 이미지를 형성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 잘 쌓여 있다면, 아기는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이 세상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출발을 준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퍼버법은 아기의 울음의 신호를 어떻게 보면 무시해야 함을 담고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방법에 성공한 부모도 있을 것이고 아기는 안기지 않고 혼자 자는 방법을 습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양육 방법? 교육적 철학에 맞지 않을 뿐이다.


퍼버법 말고도 다양한 수면교육의 방법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아들둥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면교육에 대해 물어보았다. 친구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다양한 정보들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아기들이 안겨서 자는 것이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어리니까'


맞다. 나는 너무 급했던 것이다.

우리 아기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정말 며칠 안되지 않았는가.


신생아 시기부터, 아니면 우리 아기들과 같은 시기인 생후 50일을 전후로 해서 일찍이 수면교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기들을 많이 울리지 않고, 아기들에게 맞춰주고 싶은 마음이 큰 엄마인 것 같다. 아직 어리니까 천천히 수면 습관을 잡아도 된다는 지인의 말에 보다 동의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백일쯤 되서부터 수면교육을 하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아기에게 최대한 맞춰주려고 한다.

다행히 아기들은 밤잠이 시작되고 다음날 아침까지는 안아줌 없이 세 시간 정도마다 우유를 먹고 바로 잠이 들고 있다. 즉 낮시간 동안에만 내 몸이 침대가 되면 된다(가끔은 새벽에도 침대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긴 하다).

잘자요

지금 이준이는 안아주다가 잠들 때쯤에 쪽쪽이를 해주면 깊게 잠들고, 이현이는 꽤 오랫동안 어떨 때는 30분 이상을 안아주어야 한다. 잠든 것 같아 눕히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찡찡 울음을 시작하기 때문에. 안아줌이 잠들기 절차의 일부인 것은 두 아기 모두 같지만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아기들의 성향에 맞춰 잠재우기를 해야 한다.


아기가 커가고 혼자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안아서 재워주는 날들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내가 안아서 함께 자고 싶어도 그러지 않으려는 훗날이 올 것을 생각하면 지금 내 몸이 힘들더라도 괜찮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아기가 조금 더 크면, 적어도 백일이 지나면, 그때부터 수면교육을 시작해보겠다. 많은 시행착오와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할 날이 예상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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