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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꿀 같은 시간

일주일에 한 번 통잠 자는 시간

by 별리

#1. 당분간은 없을 것 같았던


아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부터 당분간은 통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잠든 순간부터 새벽에 깨는 일 없이 쭉 자는 시간 말이다.

당연히 아기들에게 밤중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 하루하루가 갈수록 이 일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

낮 시간 동안 아기가 자면 그때 밤잠을 보충하면 됐지만 그것 만으로는 밤에 푹 자는 그 시간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

아기의 뒤척임과 조금씩 커지는 울먹임은 새벽 중 나를 깨우는 알람 소리와 같았고, 이 알람 소리는 평균 세 번은 울려댔다. 그만큼 새벽에 일어났다는 것.

이 반복되는 새벽 일어남에 지쳐갈 때쯤 남편이 말했다.


"오늘은 내가 이현이랑 잘게 혼자 내 방 가서 자"


다음 날 회사에 출근을 해야 했지만, 지쳐 보이는 나를 위한 남편의 말이었다. 엄마는 주말 동안 집으로 돌아가 통잠을 잘 수 있었고 남편도 평일에는 혼자 잤기 때문에 통잠이 가능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남편이 나에게는 획기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을 건네준 것이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아!"


아기들이 통잠을 자주기 전까지 나에게 없을 것 같았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신날 수가!


#2. 처음. 그 첫날의 기억

남편이 나에게 자신의 방을 넘겨준 그 첫날.

저녁은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두 명이 식사를 하고, 한 명은 아기들을 보고 부랴부랴 식사 시간은 지나갔다. 두 명의 아기가 모두 잠을 자기 시작 한 시점부터 나는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졌다.


한 명의 아기는 남편에게, 또 한 명의 아기는 엄마에게 있었기 때문에.


남편 방에 오늘 나에게 적당한 푹신함을 선사할 이불을 깔았다.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팩을 꺼냈다. 그리고 얼굴에 팩을 붙였다.

시원하고 촉촉한 느낌이 얼굴 전체에 느껴졌다.


그 상태에서 이불 위에 누우니, 그야말로 편안함!

자유가 없던 것은 아닌데 이것은 '온전한 자유다'라는 느낌을 나에게 선사했다.


이불 위에 누워, 자기 전 하나의 절차와도 같았던 ‘핸드폰 보기’는 하지 않았다. 아니다. 하고 싶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핸드폰 버튼을 눌러 여기저기 남들이 사는 행복해 보이는 세계에 빠져들기보다 잠에 빠져들고 싶었던 것 같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꿈을 꾸었는지 꾸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을 뜬 건 오전 6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고, 거실로 나오니 이미 깬 이현이와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난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에 아기들이 울면 깰 줄 알았는데, 한 번도 안 깨고 잤어"


그야말로 통잠을 푹 잔 것이다. 아침은 개운했고 상쾌했으며,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처럼 이 날 나는 에너지가 넘쳐 아기들과 더 열정적으로 많이 놀 수 있었다. 아기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말이다.


깊은 밤잠의 효과가 이리도 크다니! 나에게 이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다.


#3. 주기적으로


나에게 주어졌 던 통잠의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지기로 했다. 주기적으로!

내가 먼저 제안했다.


"여보 어제처럼 일주일에 한 번 내가 푹 잘 수 있는 시간을 줘"

지금 생각해 보면 제안이 아니라 통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고민하지도 않은 채 "그래"라고 대답했다.


월화수목금 일주일에 5일 직장에 나가야 하는 남편. 그중 하루는 새벽에 두세 번을 깨어야 하는 불편한 잠을 자야 하는데 남편은 흔쾌히 긍정의 대답을 해준 것이다. 어떤 요일이 될지 모르지만 남편의 생활을 고려해 남편이 하루 요일을 골라주기로 했고 그 날 나는 꿀 같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편히 자는 밤. 남편은 불편한 잠을 자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편은 아기들과 함께 하는 밤 시간을 나름 즐기는 것 같다. 아기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보이는 남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온전히 나만의 밤 시간을 가지고 있고, 이 시간이 작은 힐링이 되어 아기들과의 육아에 힘을 내게 된다. 온종일 집에서 육아만 하고 있다 보면 정말 힘이 빠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그것이 산후우울증이 있는 이유겠지.


조금이라도 우울함이 밀려오려고 할 때 나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지금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내 아기들의 모습에 집중하려고 한다. 순식간에 커가는 아기들의 모습의 차이를 벌써부터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매우 아쉽다. 태어났을 때, 그리고 한 달째 그리고 두 달이 막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 아기들은 정말 많이 컸다. 살이 쪄서 일명 소시지 살이 되어 귀여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아빠 손 위에 이현이의 포동포동한 손과 팔

이 모습이 지나가면 또 다른 귀여움과 예쁜이 찾아올 것임을 알지만, 지금은 갓난아기였을 때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 아쉽고 지금 이 순간도 빨리 갈까 봐 아쉬운 것이다. 아쉬움의 향연인가.


아쉬움이 끝없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는 지금이기에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함을 느낄 틈 없이, 지금 아기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것 만이 아쉬움을 달래줄 방법이지 않을까. 사진과 동영상을 남기는 건 당연히 따라오는 그림자와 같은 일과일 것이고!


여기에 나에게 주어지는 일주일 중 한 번의 꿀잠은 현실을 잘 보내게 해주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이 시간을 마련해준 남편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도 힘내서 우리 아기들과 잘 지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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