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 앞에서 깨달은 것 - 두려움은 내 안에 있었

by 별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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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순에 프로젝트가 종료됩니다."

경영이사님의 한마디에 회의실 공기가 무거워졌다. 모두의 눈빛이 흔들렸다.


"일단 12월에는 9층에서 5층으로 전원 이동하게 될 거예요."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8년째 서비스 중인 게임이다.

그러나 수익이 급감하면서 내년에 프로젝트가 종료될 예정이다.

그 말은, 전배를 가거나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면 퇴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나는 며칠 전 미리 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전부터,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왜냐면,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다.




반복된 종료의 경험


처음 게임 업계로 이직했을 때, 나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가장 ‘핫한’ 프로젝트였고,

차세대 엔진으로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이 게임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출시 후 반응이 좋지 않아, 1년 6개월 만에 프로젝트는 종료되었고,

회사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신청하지 않았지만,

‘희망’이라 쓰고 ‘강제’라 읽는 퇴직의 흐름 속에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 후 들어간 또 다른 게임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프로젝트였지만,

출시 후 수익 악화로 곧 종료되었다.

그때의 나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경제적 불안, 경력 단절의 두려움,

그리고 ‘이제는 다시 기회를 못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두 번의 퇴직을 겪으며 나는 깨달았다.


"절대 안전한 프로젝트도, 영원한 회사도 없다."




다시 찾아온 불안


그래서 이번에도 예감이 왔을 때,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나의 경력과 실력이 쌓였고,

회사에서도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안이 있었다.

왜일까?


결국 ‘두려움’은 상황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인정도 받지만,

근원적인 두려움은 여전했다.




두려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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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머릿속에서 키워 불안해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팀 리더로서,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개발 노하우가 높기 때문이다.

설령 퇴직을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내가 쌓아온 경험과 실력은 회사 밖으로 나가도 사라지지 않으니까.

또한 회사원 이후의 삶에서 하고싶은 것도 준비하고 있다.


오히려 퇴직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일지도 모른다.


“변화는 언제나 성장으로 이어진다.”

나는 그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두려움과의 공존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리고 두려움은 언제나 현재를 방해한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우리를 끌고 간다.


하지만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다.

두려움은 피할 수도, 덮어둘 수도 없다.

그저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일을 하고, 계속해서 하라.
이것이 두려움을 정복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ㅡ 데일 카네기




두려움은 ‘모르기’에서 온다


깜깜한 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니 아내와 딸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방 안은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두렵지 않았다.


왜냐면, 방의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언제든 불을 켤 수도 있다.


두려움도 이와 같다.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안다’는 것은 곧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다.


이제는 알고 있다.

두려움이 찾아오면 도망치지 말고,

그 마음을 바라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러면 서서히 두려움은 사라지고, 마음은 다시 평온을 찾는다.


- 별미소 -



다음 발행은 12월 19일 오후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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