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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14. 2016

의심이 없는 사랑의 세계 -웹툰 리뷰

[김작가 리뷰집] '좋아하면 울리는'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CD게임이 대세였다. 나 역시 대세를 따랐고, 그 중 삼국지를 가장 많이 했다.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 열심히 병력을 키우던 어느날, 친구가 알려준 치트키를 한번 쳐봤다. 치트키 한 방으로 내가 다스리던 나라는 순식간에 초강대국이 됐고, 내가 휘두른 칼과 창 앞에 유비와 조조가 항복했다. 그게 치트키를 썼던 마지막 날이었다. 그후로는 절대 치트키를 쓰지 않았다. 게임은 목적보다는 과정이 주는 유희가 상당하기에, 그 순간 치트키는 삼국지를 가장 재미없던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다.



연애에도 치트키가 있으면...좋을까?

흔히들 연애를 게임에 많이 비교한다. 정확히는 딱 연애하기 전까지가 게임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게임의 목적. <마녀사냥>같은 TV프로그램에서 상황별 대처법을 알려주고 전문가들이 나와 연애 팁을 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모든 상황을 해결해버리는 치트키 같은 건 없다. 그게 연애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앱이 나온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속 세상이 그런 곳이다.

어느날 '좋알람'이라는 앱이 앱스토어에 나온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10m 반경 안에 들어있으면 알람이 울린다는 간단한 방식. 물론 스마트폰 유저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웹툰 속 주인공 김조조(女) 역시 그런 생각을 한다.

좋알람이 없었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그런 앱이 정말 나온다면 우리는 최소한 연애에서만큼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좀 더 후회없이 지낼 수 있을까.

주인공 김조조는 커피를 주고 도서관 자리를 맡아주는 어떤 남자의 행동을 보며 '쟤가 혹시 나를 좋아하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식을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낀다. 치트키 따위가 줄 수 없는 사랑의 간드러짐이다.


좋알람이 울리지 않아 헤어지는 커플이 생기고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쪽 세계에서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숫자로 쉽게 나타나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면 1 좋아하지 않으면 빈 하트로 표시된다. 하지만 연애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0과 1 그 사이에서 무수한 변화를 거듭한다는 걸. 한 사람이 좋아하는 감정의 크기는 절대 1이상 1이하가 될 수 없다.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1명이 좋아한다는 그 수치화. 쉽게 계산되는 숫자들 속에서 사람의 진심은 생각보다 쉽게 증발되고 증발된 자리 조차 쉽게 사라진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알고 싶고 내가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로 고민하던 것들이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파생시켰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고 언어화시키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  '이것봐 내가 너 좋아하잖아'라는 말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 정도로 되는 세계를 보면 최소한 사랑과 연애에서는 기술적 진보가 반갑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앱이 나오면 나도... 설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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