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김작가 에세이집] 나의 친구 A, B, C는 어떻게 사라졌나

by 김작가

최근 개봉한 영화 중에 <섬,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염전 노예와 관련된 스릴러 영화였고 아직 관람하지 않았지만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내게도 그런 사람들이 몇몇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하려는 말은 그 영화와 관련된 말은 아니고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가족섬, 친구섬 등이 나오고 그런 섬들이 '나'라는 본부와 다리로 이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관계라는 추상적인 것을 섬과 다리로 표현한 것이 인상깊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미지에 대해 더 실감하고 있다. 내 안에도 다리들이 무너져 수많은 잔해들이 남아있으니까. 지금은 내 아날로그 일상에서 사라진 세 명의 친구에 대해 말하려 한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306161320_0_crop.jpeg 흐린 기억 속에 그대

친구A

1년에 최소한 한번씩은 만나고 3개월에 한번쯤은 '우리 조만간 꼭 만나자' '보고 싶어'를 말했던 어떤 '보고싶어 머신'은 몇번이나 약속을 펑크냈다. 보고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그 친구는 만나기 6시간 전이 되어서야 몸이 너무 아파서 못 나갈 것 같다고 말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그 날 약속이 있는지 조차 까먹었다. 내가 먼저 '다들 오늘 시간 되지?'라고 묻지 않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던 모임이었다. 어쩌다 한번 언젠가 만날 수는 있겠지만, 내가 먼저 모임 약속을 잡을 것 같지는 않다. 최근 그 친구는 주도적으로 약속을 잡았고 다들 알겠다고 하자 생각보다 반응이 심심해서 실망했는지 '나만 보고 싶은가봐ㅠㅠ'라고 말했다. 다들 '에이 아니야~'라고 했지만 다들 속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맞아 그런가봐'


친구B

그 사람은 일년에 한 번 이상은 만나던 모임의 멤버였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고 있는 모임이라 서로 친분도 있다고 믿었는데, 그 분만 직장일로 바빠서 연락이 뜸해지다가 언젠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결혼하기 전에 꼭 얼굴보자'라고 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하고 모바일 청첩장으로만 접했다. '모바일 청첩장은 청첩장이 아니다'라는 소신으로 결국 결혼식장에 가지 않았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그 분과 나는 페이스북 친구이기는 하지만 이후로 교류는 없었다. 난 그 분의 페이스북 댓글에 종종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어떠한 반응도 얻지 못했다. 사는 게 이렇게나 부질없다.


친구C

친구C는 심심할 때만 나를 찾는다. 만나면 이야기도 잘 통하고 재미있기는 한데, 그 정도가 지나치다 보니, 친한 건지 아닌 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는 내게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를 묻지를 않는다. 약속과 약속 사이를 메우는 도구로 나를 사용한다. 무언가를 요청할 때만 전화를 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이성친구인 나와는 멀어지는 게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행동양식이 나로하여금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하게 만든다. 어떤 친구들은 이성친구가 생기든 말든 꾸준히 안부를 묻고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던져주고는 하지만 이 친구는 뭔가를 요청할 때가 아니면 연락을 먼저하는 일이 거의 없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306161429_2_filter.jpeg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한때는 속상했다. 그래서 내가 노력하려고 했다. 소중한 인연들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추진하고, 꾸준히 안부를 물으며 공천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인맥네트워크를 이어나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부질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부질함을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경험했기에 더 많이 깨달았다. 책이나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웠다면 '그 새끼 순 나쁜 새끼네'라고만 생각했을 수 있지만, 친구 A,B,C는 사라진 사람들일 뿐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양아치고 쓰레기였을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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