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 에세이]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 떠오르는 몇가지 장면들이 있다. 대다수가 사람들이 동의하는 장면을 두고 '명장면'이라고 한다. '명장면' 난 이 말을 곱씹어본다. 오늘의 명장면, 그리고 29년의 명장면.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봐도 몇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는 게 아이러니를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영화를 보며 난 어떠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그저 의자에 밀착해 누워있었을 뿐이니까. 그런데 왜 어떤 장면은 기억나고 어떤 장면은 소멸되는 것일까.
3월 31일은 나의 생일이고 그건 12시가 지난 31일 새벽 바로 지금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생일은 겨우 두 장면 뿐이었다. 동호회에서 고깃집에서 입대 전 챙겨주던 생일 파티. 그리고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가 챙겨줬던 서프라이즈 파티. 그게 즐겨워서, 특별해서 기억하는 거냐고? 아니.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저 각인되었을 뿐. 그때의 분위기와 상황이.
우리는 어떤 장면을 기억하는걸까. 난 가끔 윈도우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추가 삭제 기능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는 한다. 취사 선택하고 싶다. A는 지우고, B폴더는 지우자. 이런 식으로. 그러나 나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라 내겐 그런 기능이 없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기억하고 소멸시킬 뿐이다.
1.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어머니는 매일 점심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김치와 밥을 먹었다. 저녁에는 은박지로 포장된 햄버거를 받으셨는데 어머니는 그걸 먹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형과 내가 그 햄버거를 반으로 갈라 먹었다. 그 햄버거는 맛있지 않았지만 햄버거라서 맛있었다. 시골 출신이라 이런 기억이 있다.
2. 형은 게임을 엄청 좋아했다. 학원을 빠지고 오락실에 가곤 했다. 언제 한번은 엄마와 함께 오락실에 가서 형을 붙잡아왔다. 형은 집에서 쫓겨나고 문 밖에서 덜덜 떨었다. 그때 나는 형이 정말 집에서 나가게 될까봐 슬퍼서 펑펑 울었다. 형이 갖고 싶어했던 마스크맨 카드를 형이 돌아오면 주리라 다짐했다. 물론 그 후 주지 않았다.
3. 아버지는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웬만하면 가족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하셨다. TV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봤을 법한 재미있는 얘기들. 그 얘기를 들으면 "아버지, 또 어디서 들은 얘기죠?"라고 물으면 아버지는 "그렇지"라며 대답했다.
각인된 기억들. 그 중에는 소중해서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고,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왕 쌓는 거 좋은 기억을 많이 쌓고 싶다. 난 오늘 그렇게 살았을까. 내일은 그렇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