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제일

「김작가의 일기」

by 김작가


'안전제일'


1.새벽. 홍제천. 아무생각 없이 달리다가 아무생각 없이 이 네 글자 앞에서 멈췄다. 얼마나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말인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하며 건강제일을 말하셨다. 가끔씩 흔들리기는 했지만 부모님은 내게 했던 그 말은 아주 잘 지키고 계신다. 고맙고 존경한다.


2.부모님이 나에게 건강을 말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나에게 '성공하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세워놓은 팻말은 저 멀리 치워버리고 위험한 일들을 하거나 위험한 생각들을 했다. 예를 들면, 취업에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철학을 공부하거나, 토익점수를 따지 않는 일. 평균적인 사회규칙에서 봤을 때는 어이없을 정도로 위험한 일 아닌가. 대마초 합법, 동성애 차별 금지 같은 생각들을 했다. 난 대마초를 할 생각이 없고, 동성애자도 아니지만 그걸 불법화하면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나는 모르겠다. 난 꼰대 혹은 생각이 꼬인 사람들과 타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3.「나, 소시오패스」라는 책을 읽었다. PCL:SV라는 소시오패스 진단 검사를 했다. 검사결과 사이코패스였다. 하지만 자가진단은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했다. 소시오패스의 일반적인 성향은 동정심이 없고, 책임감이 떨어지고,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고, 개인적인 성격이 강하다.


4. 내 주변에 어떤 팻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왜, 게임을 하다보면 NPC의 안내문이 잘 나오지않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게임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들이 내 주변에 오면 어떤 안내문이 뜰지 모르겠다. 나는 위험한 사람일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인식될까.


5. 어차피 인생 한번 살다가 가는 거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일을 찾는 게 인생의 목표다. 스물 아홉살, 난 아직까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안전제일이라는 말은 치워버린지 오래. 좋은 사람으로 남거나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내가 괜찮았으면 좋겠다.


6.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는 게 없다면 그건 네가 늪에 빠졌다는 뜻이다. 비상등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자 친구야.


7.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었던 건 글이고 책이었다.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내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은혜를 갚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글과 책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난 글 덕분에 행복해진 것이 아니라 불행에서 벗어났다.

행복하지 않아도 불행하지 않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8. 친한 친구 두 명은 오사카로 떠났다. 같이 떠나자고 했지만 나는 떠나지 않았다. 헬조선 지키미로 남겠다고 말을 덧붙이며


9.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년째 되는 날이다. 오후에는 비 소식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생긴 뒤 직접 목격했던 경찰과 청와대의 대처 그리고 그것들을 보도했던 언론들에게 큰 실망을 느꼈다. 여전히 세월호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100일 추모 집회에서도 새벽까지 비가 왔었다. 그날 유가족들은 경찰에게 선동세력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중국인도 들어가는 청와대 지역을 유가족은 들어가지 못했다.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말을 했던 사람은 입을 닫았다. 분명 그날 내렸던 빗소리는 비가 땅에 온힘을 다해 부딪치는 소리였다. 다시 묻고싶다 '나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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