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 에세이]
새벽 2시.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노래를 부른다. 예상치 못했다. 이렇게 흥이 안 날 줄. 어쩌다보니 다음 곡을 아무도 예약하지 않았다. 그 빈 공간은 서로에 대한 힐난과 비난 그리고 욕으로 채웠던 것 같다.
밤 11시. 가끔 맥주를 마신다. 롯데마트에서는 세계맥주를 1500원에 팔며 나같은 서민에게 자선사업을 한다. 역시 베르테르가 사랑했던 롯데는 마음씨도 착하다. 요즘에는 밀맥주에 빠져 그것만 마신다. 밀맥주 너무 맛있다. I. 밀맥주. U.
아무튼 맥주의 안주는 따로 없고 아껴두었던 예능이나 공연을 본다. 아주 가끔이지만 그것마저 지겨울 때가 있다. 그땐 노래를 듣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맥주를 홀짝홀짝(사실은 벌컥벌컥에 가깝다). 그러다보면 노래방에서처럼 다음 노래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재빨리 다음 곡을 선정하려고 리스트를 뒤지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곡이 없었다. 그때 심장소리가 들렸다. 쿵쿵쾅쾅. 빈공간을 심장 소리로 채웠던 기억이 묘했다. 누가 내 심장소리를 들으면 어쩌다 싶을 정도로 굉장히 크게 쿵쿵거린다.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말고 몸에서 보내는 소리를 듣는 게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하고 가만히 듣고 있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골랐던 노래가 뭐였더라. 정승환-박윤하의 '슬픔 속에 그댈 지우려고 해'였던가, 아니면 픽미를 들으면 춤을 췄었나.
최근들어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많이 사라져서 슬픈 상태다. 노래와 노래 사이가 비어버린 것처럼. 다음 곡을 예약하지 않아 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귀를 기울이고 진짜 내 소리가 무엇인지 들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