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를 읽다가 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이들을 위해

by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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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노란 책을 읽고 있다. 김중혁 작가가 쓴 『모든 게 노래』라는 책이다. 표지가 노란 건 아마 노린 걸꺼야. 에세이집인데 본인이 노래를 듣고 떠오른 느낌이나 경험을 적었다. '그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읽다가 보면 '아 이거구나!'라고 생각할 걸. 김애란 작가의 표현처럼 노래는 처음 들을 때 가르쳐준 사람의 이름이 이름표처럼 붙으니까, 떠오르는 경험이 생각날 수밖에.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눈물이 많은 나는 울컥(최근에는 시빌워를 보다가 눈물이 촉촉). 가장 재밌게 읽었던 장면 하나를 옮기면 이렇다.


내가 앨범의 백미로 꼽는 부분은 랍티미스트의 <Skit>과 이어서 나오는 <True Romance>다. <Skit>에는 랍티미스트와 랍티미스트의 어머니가 등장하는데, 그 대화가 눈물겹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혁기(랍티미스트의 본명)야, 지금 몇 시니, 새벽 3시야, 만날 밤낮이 이렇게 바뀌어가지고..."

"냅둬,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고. 지금 이거 하는 거 다 생각하고 준비하는 거야."

"엄마는 답답하지. 동생은 취직한다고 자격증도 따고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데, 어떡할 거니, 엄마 친구들한테 할 말이 없어."

"엄마, 드렁큰 타이거 알지? 드렁큰 타이거가 나한테 연락했어."

"드렁큰 타이거가 너한테 왜 연락을 해. 널 뭘 보고?"

"들어봐."

들어보라는 랍티미스트의 목소리에 이어서 <True Romance>의 플루트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나는 그만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나 역시 어렸을 때 저런 얘기 많이 들었다. 아버지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바로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하라"라는 거였는데, 쓸데없는 생각의 결정체인 소설을 쓰며 살고 있으니 나름 반전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Skit> 속 가상의 랍티미스트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머니, 동생이 좋은 자격증으로 취직해서 열심히 회사에 다니다가 갑자기 힘들 때, 인생이 고달플 때 아마 형의 음악에서 위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냥 냅둬주세요. 그리고 들어봐주세요."


오늘은 하루종일 날씨가 구려 카페놀이 하기에 좋은 날이다(언제는 아니었나?). 카페를 자주 가기는 하지만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오늘은 정말 좋다.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기분, 그에 맞는 카페 음악 그리고 책.


[사진설명] 연남동에는 본인이 사람이라 착각하는 고양이 한 마리와 본인이 강아지임을 철저히 아는 강아지가 있는데, 사진 속 고양이가 그 고양이다. 아스트로노머스 문 앞에서 사람 구경하다가 누가 문을 열면 안으로 들어간다. "문이나 열어 닝겐" 강아지 사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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