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요. 취업이 어렵다는 건.
"이거 봐라. 회복탄력성에 대한 내용이란다."
아침마다 아침마당을 보는 나의 마마. 어디서 뭘 들으셨나보다.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링크를 눌러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10분 정도 설득당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건 쉽게 말해 좌절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성질 같은 것인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이것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책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어떨까? 필자를 알고 있는 Y군에게 물어보자. "작가K는 회복탄력성이 높습니까? 솔직하게 말씀해주시죠." "아 물론이죠. K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그말에 동의했겠지만, 어제는 회복탄력성이 붕괴된 하루였다.
꼭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가 있었고, 면접을 봤다. 높은 직책의 면접관님은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을 했다. K씨와 다른 한 분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그 중에서 K씨가 더 확률이 높아보인다고.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결승선을 넘기 바로 직전 넘어진 기분이었다. 합격 전화를 기다리며 카페에 있다가 불합격 전화를 받았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함께 할 수 없겠어요."
"네 다음에 추가 모집있을 때 또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록 불합격 전화였지만 전화를 주셨던 편집장님의 말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 번호를 저장해놓고 기회가 생기면 꼭 연락주겠다는 말은 진심 같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난 아주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장기관 하나가 '툭'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려 내 상태를 무시했다. 판도라의 상자 속 실망과 좌절,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나왔지만 무시했다. '난 아무렇지 않다. 정말 괜찮다.'
사실 아무렇지 않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사고를 정지했다. 철학자들이 알 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 판단정지(epoche)를 하듯 그렇게. 나의 힘듦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앞에 있는 누군가가 누구든,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힘듦을 드러내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 유년기와 관련있겠지만 그때로 돌아가 뿌리를 찾아내는 건 지금 무용하다.
그리고 이어진 저녁 약속. 오래된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였기에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할 수 없는 말은 숨겼다. 그 말이 안에서 꿈틀대며 갉아먹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말과 말이 부딪히고 부딪쳤다. 괴로움은 단순히 피곤한 감정으로 포장했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 뒤 옷을 갈아입고 산책을 했다. 그때 휘몰아쳤다.
"나는, 언제쯤, 도대체"
지금의 힘든 상황은 내가 만든 것이라 스스로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삼킬 수밖에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떠벌리지 않고 여기에만 적는다. 이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취준생'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평소에는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다. 재능에 대한 확신도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말 한 마디에도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TBWA 박웅현 선생님이 말했다.
"불안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고 이렇게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때는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그런데 며칠 뒤면 또 불안해질 거예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찾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글과 산책 음악이 그것이고 어제는 음악이었다. 이상하게 평소에는 안 듣던 음악이 듣고 싶었다. 송민호의 <겁>이나 크루셜스타의 <그 벤치> 같은 곡이다. 음악에도 영양소라는 게 있을까. 어제 내게 필요했던 성분들이 그 노래에 들어있었나보다. 한참을 섭취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니 방전됐던 배터리가 겨우 한 칸 찼다. 그리고 다음 면접 전까지 나머니 칸을 채워야 한다. 일주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