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기 힘든 것, 부재를 견딘다는 것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신발을 살 때는 더 심하다. 라코스테 흰색 운동화를 사기 위해, ABC마트에 네 번은 갔다.
'라코스테가 예쁜데 흰색을 살까?' '흰색은 때가 타는데 검은색을 살까?' '아직 흰색은 한 번도 안 사봤는데 이번에 사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몇번을 신발 가게에 방문한 뒤, 결국 샀다. 260mm 라코스테 흰색 운동화를.
신발 하나를 사는데도 이렇게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사이즈를 따지고 디자인을 따지고 가격을 따지고. 지금 내 돈으로 이 신발이 괜찮을지 걱정해야 하고, 이 사이즈가 내 발에 편할지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의 우유부단함에 대하여 질릴 때 즈음 결국 만나게 된다. 내 신발을. 물건 하나 사는데도 이렇게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 결정은 오래 걸린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결정한다는 건 언제나 그랬고 원래 그랬다. 하물며 물건이 아닌 사람이라면.
지난 주에는 면접을 봤다. 이번에는 힘들겠다는 말을 들었다. 원치 않았던 결과였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맑았다.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깊게 고민을 했고, 말에서 며칠동안 까맣게 탔던 그을음이 느껴졌다.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귀한 사람', 그 단어가 상징인지 비유인지 진심인지 내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생사 많은 것이 사실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에 속하듯, 내가 들었던 말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이 진심이라 믿기 때문이니까.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난 지금 제정신이다. 요즘 산책을 많이 해서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 면접을 많이 봐서 혼이 빠진 게 아니라, 정말 그 마음 씀씀이가 예뻐서 기분 좋게 웃었다. 스러지기 쉬워서 동공을 확장하는 것일 뿐이라 생각이 들어서. 세상은 마치 짠 것처럼 모두가 나를 기다리게 하지만, 면접관에게 정말 괜찮다고 말해줬다. 정말 그런 거라면 괜찮다고. 오히려 그렇게 말해준 게 고맙다고.
다음에 공고가 나면 또 지원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