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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16. 2016

망조와 길조 사이

<아는 형님>vs<언니들의 슬램덩크>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 KBS의 예능 프로그램을 칭찬하는 날이 올 줄은. JTBC와 tvN의 예능프로그램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모든 이유 차치하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는 형님>을 보면 어디 냉동인간으로 잠들어있던 프로그램을 녹여서 2016년에 내놓은 것 같다. 아, 신선하긴 신선하네. 냉동이었으니까.


야심차게 출발한 <아는 형님>은 이미 여러차례 컨셉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시청자의 고민을 형님들이 풀어주는 코너였다. 그들은 시청자의 요구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어묵을 먹고, 서장훈과 강호동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고민을 풀었다. 그러다가 멘탈갑을 찾는 정신승리대전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학교 컨셉이다. 세 개의 컨셉을 이어주는 건 폭력이 기본이고 그 분위기를 당연하게 이끌어가는 강호동과 그 나머지 형님들이다. 강호동이 존재감이 없다고 하지만, <아는 형님>을 보면 그 말에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강호동이 전체 분위기를 망치고 있으니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이제는 안타까울 정도다. 강호동의 문제는 파이팅이 넘친다는 게 아니라 힘으로 눌러버리는 그의 캐릭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그걸 불편해한다. 성대결절로 노래를 못 부르겠다는 여성게스트에게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가요"라고 노래를 부추기거나 이수근 이상민을 부하 부리듯 시키는 건 정말 요즘 들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스타킹MC로 남녀노소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이렇게 강자로도 군림하니 스펙트럼이 넓은 MC이기는 하다. 하지만 명MC는 아니다.


반면 이제 2회 방송한 KBS<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좋은 느낌이 든다. VOD 다시보기 순위도 꽤 높은 편이다. 오랜만에 TV에서 보는 여성리얼버라이어티이기는 하지만 그 느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우리 여자야'라는 성역할을 강조하지 않는다. 제시가 생각보다 많은 웃음을 담당하며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민효린 역시 털털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전과 자전 등 끝이 없이 대화를 좋아하는 모습이 새로운 예능 캐릭터 같다. 시청자가 보기 좋으니 시청률도 높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시기에 필요한 예능이었다.


김구라는 윽박을 지르지만 그만큼 공격도 많이 당한다. 그냥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일 뿐 너는 아래 나는 위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딱 그정도의 모습이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다. 어쩌면 강호동의 부활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2016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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