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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19. 2016

유재석 키우기

[김작가 리뷰]

점심 시간에 잠깐 종각역점 반디앤루니스에 들렸다.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산책로를 서점으로 급변경했다. 별생각 없이 들렸던 서점에서는 항상 별일이 생기곤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 언젠가 들어봤던 '유재석 위인전'의 존재를 목격했다. 그것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실 그 책은 위인전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딱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 등 현대의 인물의 삶을 가볍게 다루는 만화책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유명인전' '화제의 인물전'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유재석은 유재석이다. 국민MC라는 호칭을 넘어 '~느님'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MC 그리고 연예인. 공채 개그맨으로 출발했지만 처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많은 개그맨들이 우회하듯 리포터로 활약(맹활약도 아니다)하다가 MBC <동고동락> 진행자로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이후에는 MC로 인정받아 KBS <MC 대격돌> 을 거쳐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오게되었다. 굵직한 프로그램들이 그 사이에도 길고 짧게 퍼져있지만 너무 많으니 이렇게만 정리하자.


어떤 MC보다 유재석이 더 인기를 얻는 건 단순히 그의 인성 때문만은 아니다. 진행능력이나 위트 때문은 더더욱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국민들이 유재석의 (노력을 통한)성장을 지켜봤기 때문은 아닐까. 유재석은 항상 방송을 했다. 그 방송은 <연예가중계>였고 <서세원쇼>였다. 개그맨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꾸준히 했다. 전국민이 TV에 몰두하던, 그것이 거의 유일한 여가활동이던 시절, 유재석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항상있던 연예인이었다. 방송을 사랑해서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유재석은 기억 속에서 성장했다. 찌질하던 모습과 촐랑대던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어떤 MC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잘났고 다른 MC들은 사라지기도 했다. 유재석이 큰 인기를 얻는 건 국민들이 그의 성장을 쭉 지켜봤고 심리적으로 키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재석이 <MC 대격돌>에서 강호동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총각을 역할을 했다. 김남주를 짝사랑하는 귀여운 캐릭터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한도전>에서는 결혼을 발표하고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많은 동료 연예인들이 유재석에게 매일 방송 생각만 하고 운동만 하는 생활이 답답하지 않냐고 묻는다. 내가 보기에도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가 행복하다면 뭐가 문제일까. 유재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계속 누구도 아닌 유재석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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