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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y 07. 2016

여러분, 롤플레이해주세요

라디오스타 vs 해피투게더

SBS <힐링캠프>가 폐지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힐링캠프 MC였던 김제동은 JTBC <걱정 말아요 그대>를 진행, 성유리는 연기에 전념, 이경규는 <무한도전>에 이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힐링캠프>가 문을 닫은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재미없었기 때문으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고, 그 핵심 원인은 선명하지 않은 롤플레이 때문이다.


KBS와 MBC에도 토크쇼가 있다. 먼저 KBS2의 <해피투게더 3>(이하 해피투게더).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프로그램은 종영할 거라는 게 많은 시청자들의 생각이었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몇 번의 콘셉트 리뉴얼이 있었지만 매주 ‘노잼’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으니까. 리뉴얼 시기, 그러니까 혼란기의 정점에 출연했던 김성균은 지난주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그 당시 녹화를 회상하며 '이게 재미있나?'라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하고, 유재석 역시 그때를 떠올리며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 역시도 보는 내내 '진짜 해피투게더 없어지겠네...'라는 걱정을 해야 했다. 


<해피투게더>의 종영은 종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재석에게는 장수 토크쇼였던 MBC <놀러와>에 대한 아픔을 또 한 번 반복하는 것이었고, 방송계에서도 토크쇼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다행히 당분간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근 들어 <해피투게더> 이슈를 생산해내고 있고 그에 따라 시청률도 상승했다. 하지만 방심은 이르다.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MC가 게스트의 매력을 추출해낸다기 보다는 게스트 스스로 발산했다. 사실 이건 <힐링캠프> 같은 착한 토크쇼의 최선일 수도 있다. <라디오스타>의 경우 공격적인 토크로 게스트의 매력을 강제적으로 발산시키지만 <해피투게더>는 사실 그런 프로그램도 아닐뿐더러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 그렇다면 박명수-전현무의 롤은 무엇일까. 롤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 <해피투게더>의 한계다. 무례하게 질문하는 김구라에게 빅토리아는 "여전하시네요"라고 말하자 김구라는 말한다 "이게 내 롤이야".

사진 출처=KBC <해피투게더3>

완벽한 역할 분배가 가져오는 시너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라디오스타>의 경우, 끝자리에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주목을 받는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가장 주목도가 큰 사람이다. 예를 들어, 이승철이나 차태현 같은 게스트 말이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주목도가 낮은 사람이다. 이건 다른 토크쇼를 포함해 <해피투게더>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외의 웃음이 나오지 못한다. 뜻밖의 인물이 아니라 예상되는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며칠 전 <라디오스타>에 배우 서현철이 출연했던 편을 재밌게 본 시청자가 필자의 블로그에 들어와서 댓글을 달았다. <라디오스타> 서현철 편을 너무 재밌게 봤다고. 일 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토크쇼'를 지향하는 해피투게더의 레전드 편은 뭐가 있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극과 비자극을 떠나 롤이 분명치 않다는 건 예능프로그램으로써 큰 문제다. 모든 토크쇼가 라디오스타처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를 보면 각자의 롤이 분명하다. 김국진은 진행을 주로 하고, 윤종신을 말장난을 하고 김구라를 견제한다. 김구라는 교양 없는 질문을 한다. 규현은 원래 독한 질문을 주로 했지만 요즘에는 김구라에게 혼나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요리를 만들 때는 각종 양념이 첨가되고 양념은 매운맛을 내거나 짠맛을 내는 등의 고유성이 있어야 한다. 유재석은 분명 캐릭터를 잡아주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해피투게더>에서만큼은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역할이 분명치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진다. 소위 '뭐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 당연하다. 웹툰 작가 김풍 역시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안고 <해피투게더>를 떠났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토크쇼가 라디오스타를 따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힐링캠프가 폐지됐던 과정을 떠올려보자. 이제 토크쇼는 인기 있던 스타의 숨겨진(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듣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진 출처=MBC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화 될 필요는 없다

해피투게더에서는 유재석이 모든 역할을 다 하는 것 같다. 진행을 하며 웃음도 담당한다. 박명수는 이인자이면서 투덜거린다. 유재석과 박명수의 그림은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시청자에게는 익숙한 그림이라 큰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전현무는 예능 초기 밈상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을 한다. 과거 아나운서일 때 해피투게더에 나와서 유재석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예능인들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싫어하는 '겹치는 캐릭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엄현경이 새로운 MC가 되며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판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해피투게더가 완벽히 부활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해피투게더의 부진은 토크쇼의 위기 혹은 유재석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해피투게더 3 프로그램 소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진솔한 토크를 통해 자극적이고 단순한 웃음을 탈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는 프로그램" 소개 문구 중 몇 개나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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