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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y 20. 2016

눈물 나는 노래, <판타스틱 듀오>

저자극 노래하는 프로그램은 언제나 환영할 뿐

노래가 넘친다. TV에서 말이다. 다시 보기 순위 상위권을 점령한 음악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자니 한국인이 흥이 많은 걸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걸까 궁금할 정도다. 밝히자면 필자는 음악 프로그램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슈퍼스타 K>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고, 그 이후 우후죽순 생긴 각 방송사의 비슷한 프로그램은 궁금해서 몇 번 탐색했을 뿐이다. 그 속에 빠져들지 않았다. 노래가 주인공이 아니었고 상금이나 성공 같은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려는 편집이 싫었다. 그래서였을까. 필자가 빠져들었던 음악프로그램은 JTBC <히든싱어>가 유일했다.

사진 출처=JTBC <히든싱어> 홈페이지

<히든싱어>가 여기저기서 난리였다. 시청률이 매주 상승했고, JTBC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MC 전현무는 <히든싱어>에서 단독 진행을 보며 진행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백상 예술대상 수상에 한몫했다. <히든싱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불협화음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지원자 간에 마찰에서 오는 불편함은 배제했다. 가수는 은막 뒤로 숨어 목소리만 들려준다. 일반인과 가수의 위치가 평등해진 것에서 오는 쾌감, 일반인이 가수만큼 잘 부르는 장면에서 오는 감동, 그게 <히든싱어>의 매력이었다.

사진출처=SBS <판타스틱 듀오> 홈페이지

SBS <판타스틱 듀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히든싱어>가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무대와 페널석 그리고 방청석이라는 유사한 구조 또 전현무가 MC이기 때문이다. 전현무가 왜 또 음악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오버랩하게 만든다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진행을 잘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판타스틱 듀오>는 가수와 듀오를 하고 싶은 일반인들이 영상을 찍어 지원을 한다. 영상을 다 같이 보며 어떤 후보들이 있는지 살피고 무대에는 총 세 명이 올라온다. 그들 대부분은 직장이 있고, 나이가 있고, 현장에 있다. 이어폰을 끼고 동료들을 뒤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리고 에일리는 후보자들의 노래 영상을 다 본 뒤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이유에 에일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뉴욕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가수 준비했었어요. 그 생각이 나서."


힘들 게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 힘들었던 경험이 지금 내게 어떻게 남아있는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과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해야 함'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몸을 깎고 깎아 좁을 문을 통과하려는, 결국 점점 말라 가는 느낌을. 지원자들은 영상 속에서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시원한 노래로 가득 찬 유쾌한 영상을 보고도 에일리가 결국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대단히 창의적이지는 않다. 방송사의 한 획을 그을 만큼 뛰어나진 않다. 하지만 정말 잘될 수밖에 없다. 이선희, 신승훈 등 쉽게 볼 수 없는 가수들과 실력 좋은 일반인의 듀오 무대는 물론이고, 울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꿨던 꿈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꿈은 묻어둔 채 그와는 다른 그러나 할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니까. 그래서 시청자들이 참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판타스틱 듀오>라른 이름은 너무 요란해서 안 어울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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