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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ug 28. 2016

스쳐도 반하는 홍길동의 세계

영화 <탐정 홍길동> 후기

<셜록>(영국드라마)이 한국 영화계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해서 이후에 많은 추리물이 쏟아졌다. <조선명탐정>, <성난 변호사>, <탐정 더 비기닝> <탐정 홍길동>. 이중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오늘로써 두 번이나 관람한 <탐정 홍길동>이라 하겠다. 이렇게 말하고나니 네 개의 영화 중 무엇으로 고를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은 분위기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조선명탐정>은 어린이용 추리영화 같았고, <성난 변호사>는 조금의 반전도 주지 않는 매력없는 영화였고, <탐정 더 비기닝>은 촌스러웠다.

아저씨와 꼬마의 버디무비
위에서 언급한 영화 중 <탐정 홍길동>을 제외하면 모두 버디무비다. 어쩌다가 만난 다른 두 명이 치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조금씩 다르지만 셜록-왓슨처럼 한 명이 이끌고 한 명이 보완한다는 것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독특하게도 '홍길동'은 혼자 추리를 한다. 혼자서 2시간을 이끌어간다는 건 상당한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일인데, 이제훈은 해낸다. 박수 짝짝짝. 다만 이제훈(홍길동)만의 공이라고 하기엔 꼬마 김말순의 역할이 너무 컸다. 홍길동-김말순의 버디무비랄까. 다른 추리물에서는 보통 한 명이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나머지 한 명은 그를 보조하며 웃음을 담당하는데 <탐정 홍길동>에서는 김말순이 그 역할을 한다. 김말순이 없었거나 부족했다면 분명 <탐정 홍길동>은 재미없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홍길동이 속한 가상의 세계
<탐정 홍길동>은 촘촘하게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광신도와 정치권 비리 사건을 아주 조금만 드러냈고, 황회장 역의 고아라,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 변요한까지. 하지만 자세히는 설명하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맛만 보여준다. "홍길동 비긴즈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한 이제훈의 말처럼 <탐정 홍길동>은 홍길동이 속한 세계를 소개해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소개팅 두 시간에 상대방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해보고 싶은 사람은 있지 않나. 홍길동 세계관이 그랬다. 역설적이게도 가상의 세계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존재한다. 부패한 세력을 응징하는 홍길동이라는 이미지가 나타내듯 <탐정 홍길동>은 속편에서 좀 더 큰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그 큰 세계를 아주 촘촘하게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인상깊지는 않았던 추리

어떤 장르를 선택했을 때 기본적으로 관객들은 기대하는 것이 있다. 히어로무비에서는 화려한 cg로 모든 것을 때려부수는 재미일 것이고,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마음을 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추리물에서는 감독의 낚시실력이다. '우린 추리물을 보러왔고, 나를 한번 속여봐. 영화가 끝날 때쯤 벙찌게 만들란 말야' 이런 마인드다. 안타깝게도 그런 점에서 <탐정 홍길동>은 아직 멀었다. 미끼와 맥거핀(가짜 미끼)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고 복선은 너무 눈에 쉽게 보였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비긴즈' 정도로만 이해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강한 떡밥은 속편에서 보여주시길. 아, <탐정 홍길동>에서 등장하는 한쪽눈이 먼 김병덕에게 카메라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사실 고기 반찬 하나 못사주는 할아버지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납득이 안되는 것인데, 카메라로 머리를 얻어많고 잡혀간다는 것이 묘한 농담이었다.


꾸며진 공간과 시간

홍길동을 포함한 활빈당 요원들이 보여주는 클래식 패션은 어떤 시대인지 불명확하다. 패션과 보면 일젱감점기에 가까워보이나 흑백TV가 나오고 오래된 공중전화가 등장하는 걸 보면 몇십년 전 같다고 짐작하게 하지만 구체적이지는 않다. 정말 이 영화는 시대와 장소가 명확하지 않다. 장소도 마찬가지. 강원도 어디이지만 명월리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해놓았다. 과거 <시실리2km>에서 했듯이 어떤 가상의 공간으로 진입하며 관객으로하여금 영화 속 영화로 들어가는 경험을 <탐정 홍길동>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탐정' '홍길동 '활빈당'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컨셉을 관객에게 설득하기 위한 좋은 장치였다. 그리고 이렇게 공을 들였다면 속편은 더 탄탄하지 않을까 기대할 수밖에 없다. 너도나도 찍어내듯 만든 탐정물 중에 <탐정 홍길동>은 많이 공들인 작품처럼 보인다. 지나가는 유행처럼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속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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