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쓸쓸하지 않아도 돼
똑 떨어진 처마가 예뻐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불켜진 방에서 세어나오는 조용한 불빛과 무거운 공기가 서울의 그것과는 달라서 아직 초저녁이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아, 좋다'
그저 좋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때, 사진에서는 작은 별 하나가 보였다. 문자 그래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었다. 지난 주는 명도와 채도가 낮은 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음울한 적이 있었나 삶을 반추하고 나의 잘못을 되새김질했다. 일주일 내내 고민에 빠져 허우적댔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라고는 흐릿하고 낮은 해상도의 미결론이었다.
밤하늘에 박혀있는 어떤 것들보다 별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저것이 이미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는 신비감, 죽은 별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묘한 느낌 때문이다. 다행히 많은 고민은 아주 잘 해결됐다. 모두, 힘을 준 이들 덕분이다(혹시 난가? 너다. 고맙다.)
사진 속 별같은 친구들이 떠올랐다. 뜻하지 않은 '빛남'을 보여주는 사람. 내 어둠을 단 하나의 별빛으로, 나를 전혀 다른 그림으로 만들어버리는 친구. 이미 내 주변에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오랫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발하였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싶었다.
다시 서울에 가면 더 유심히 들여다 봐야겠다. 혹시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건 아닌지, 몇번의 오해를 사실로 확신하고 외면한 건 아닌지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만능감'이 쑥쑥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