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30 남가좌동 일기
친구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기.
약속은 강북에서만.
여행은 싫어한다.
서서히 만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하고 싫어하는 것은 차단했다. 삶이 단조로워졌고 생각도 편협해졌다.
"무료 티켓 생겼는데 캠핑갈래?"
한 번쯤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내게는 모험이었던 캠핑에서 뭔가를 얻기 바라며.
우리 조에 처음 보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4명이 한 조였는데 나머지 두 명은 구면이었다. 그 남자를 A씨라고 하자.
A씨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보였지만 91년생이었다.(죄송해요 이런 생각을 해서...) 춘천스카이워크에서 산책을 하며 그 분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군대 얘기로 시작해 영화 얘기 그리고 각종 공포증까지. 마지막에는 연애 얘기.
4년 동안 사귄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군대에서 만났는데 지금은 헤어졌다고. 지금은 다른 사람과 만나 결혼을 준비 중인데, 갑자기 며칠 전에 연락이 와서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그 기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결혼한다고 말했어요?"
"아뇨 그냥 나중에 보자고 했어요."
"왜 그렇게 말했어요?"
"예전에는 진짜 좋아했는데, 잠깐 얘기를 나눠보니 추억은 추억이었던 거 같더라구요. 보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지고, 나중에 보자고 해도 안 볼 것 같았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고맙던데요. 하하"
너무 신기했다.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난 사람과 이런 깊은 얘기까지 할 수 있구나. 만약 지난 주 서울 연남동 어느 카페에 있었다면 또 갇힌 생각으로 주말을 보냈겠지. 사람을 만난다는 건 한 사람의 농축된 인생을 만난다는 것 같았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말이다.
난 A씨의 이름을 모른다. 전화번호도 묻지 않았다. 공고를 나와 장사를 했다가 빚진 이야기,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해 그게 후회가 된다는 이야기 등. 모든 얘기가 내겐 너무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너무 말이 잘 통해서 계속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추억으로 나두고 싶어서였을까. 모르겠다. 인연의 힘을 믿는 것 같다.
게토레이를 마셨는데 알고보니 고카페인이 들어있었다. 아메리카노의 카페인과 달리 심장을 폭행하는 게토레이를 원망하며 독서모임에 다녀왔다. 많이 듣고 많이 배웠다. 나의 모자람과 게으름에 채찍을 때리고 반성하며 응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