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짧은 글]

by 김작가

하릴없이 걷는 발걸음엔 지독한 관성이 묻어 있었다. 걸어야 한다는 믿음과 걸을 수밖에 없다는 권태 그리고 걷고 있다는 후회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문자가 왔다.


"뭐해"

"산책하러 나왔어."


물음표가 없는 질문 뒤 이어진 대답은 소금기 없이 건조했다.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어쩌면 피하려고 걷는 거일 수 있다고.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도망치는 거죠. 티나지 않게. 누가 내 손을 잡고 반대방향으로 확 끌어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런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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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달이 뜨는 성실해서 지겨운 저녁. 가로등은 마치 서로를 의무적으로 비추는 게 외로워보여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어쩌다보니 밖에 나와 걷고 있는 자신을 보며, 문득 소름끼치게 조용한 발걸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 는 말이 나왔다.


"필요하지 않아"


곧장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쿵쿵, 발을 크게 구르며. 발바닥으로 온전히 중력감을 느끼니 조심씩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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