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조용한 날들은 끝났...ㄷ
1. 3일 동안의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을 하고 계획을 짜다보니 내일이면 월요일이다(으악! 허둥지둥). 이제는 하루 남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해야겠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해야 할 게 있었고,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시간이 이미 훌쩍 가버렸으나 해야 할 건 하나도 못한 상태. 책을 읽자...책은 내 운명...나는 책 읽는 기계다..마인드컨트롤...
2. 이름을 부르면 괜히 배가 고파지는 친구를 만났다(그런 친구 있지 않나요?).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한동안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을 하더라.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이라고(뭔가 애틋한 멘트이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남자에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런 멋있는 말을 하는 친구가 갑자기 달라보였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상담을 해줬는데(너는 나의 다산콜센터야), 기분이 차분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심봉사가 공양미 삼백석을 주고 눈을 떴다는 게 비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눈이 '확'하고 떠졌다. 그래서 커피를 사줬다.
"밀크티 먹어도 되냐?"
"아니. 에스프레소랑 아메리카노 중에 골라"
3.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5개권 샀더니 사은품이 8개가 왔다. 알라딘에는 요술램프가 있는 게 분명하다. 요술램프 속 요정은 아마 땅파서 장사를 하는 분이겠지. 노트 3권, 북스탠드 2개, 배터리충전기, 지갑(비슷한 것), 북커버, 파우치 등등. 구입한 책은 <채식주의자><흰><소년이 온다><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종의 기원><언제 들어도 좋은 말> 책은 쌓이고 집은 좁아지고 있다. 이사를 갈 때가 됐다는 뜻이겠지.
4. 대학로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들 어디 시원한 곳에서 여름뒷담화를 장렬하게 까고 있지 않을까. '아 진짜 너무 더워 여름 제일 싫어!' 이런 식으로. 대학로에 꼭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는데 오늘이 휴무라고 한다. #카페별달밤 이라는 카페. 물지 않는 작은 강아지가 사는데,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더니 카페 주인분이 시인이신가 글을 참 잘 쓰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날씨가 너무 예뻐서, 예쁜 생각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날이 아닌(내일 갈까...) 어떤 색깔의 날에 방문해야겠다.
[사진 설명] 대학로 친구S는 계속 폰을 만지작댔다. 내 폰 비밀번호도 이미 알아서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내가 "배터리도 없는데, 내 폰 좀 그만 만져ㅋㅋ"라고 하니 이제는 자신의 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날 찍으려고 하는 걸 보고 급하게 얼굴을 가렸는데 웬걸. 마음에 든다. "한 장 만 더 찍어보자. 내 손이 좀 못나온 거 같아. 친구야" 찰칵.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