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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03. 2016

고등학교 졸업(1)

나의 모교 S고등학교. 자기소개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야 할 부분은 학력에 겨우 한 칸 차지하고 있는 이 'S고등학교 졸업'인지도 모른다.


10대의 사람을 모양으로 구체화시키면 아마 둥근 모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사건'이라 불리우는 사소한 것들은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네모, 세모, 어쩌면 별 모양도 있겠지. 둥근 사람은 각양각색의 사건을 만나 다른 방향으로 튀어간다. 어느방향으로 튀어갈지는 알 수 없다. 난 그것을 운이라 생각한다. 행운과 불운 사이에서 어느 방향으로 더 가까이 가느냐는 '운'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 S고등학교를 떠올리면 좋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S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4개의 인문계와 4개의 자연계가 있었다. 우습게도 4개의 반을 성적별로 차등을 두어 1개의 우반, 1개의 준우반, 2개의 평반으로 분류했다. 공부를 모호하게 잘했던 나는 고등학교 입학 시험 성적이 좋아 1학년 때부터 그들의 기준대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10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미니카를 가지고 놀던 골목친구들은 몇몇은 평범한 학생이 되었고, 나는 우수한 학생, 가장 친했던 L은 준우반에 들어갔다. 그땐 그런 방식에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있었을 수도 있지만 몇몇 목소리 작은 사람만 냈을 것이다. 소심한 저항은 금세 사라져서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우반은 기숙사에 들어가야 했다. 내가 살던 도시의 끝과 끝을 택시 기본요금으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곳이었지만 학교의 방침이 그랬다. 걸어서 20분만에 갈 수 있는 집을 두고 5분거리의 기숙사에 들어갔다. 심지어 공짜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기숙사는 5층으로 되어있었고 1학년은 2층, 2학년이 3층, 3학년이 4층을 썼고, 5층은 독서실이었다. 기숙사 신입생에는 관행이 있었다. 나도 역시 예외없이 관행을 지켜야 했다. 새벽 두시에 선배들이 방문을 열고 깨웠다. 대부분 발로 깨웠다.


소위 '군기를 잡는다'는 말은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고등학생들에 의해 매년 이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방에서 나와 복도에 일렬로 섰다. 무엇때문에 혼나는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실 들을 필요가 없었기도 하다. 이유는 없어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머리를 박고 땀을 흘리기를 1시간. 앞으로 잘하자는 말을 남기고 선배들은 3층으로 올라갔다. 몇번의 기합이 더 있었지만 그 이후의 사건들은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다음 날 같은 반 친구들은 머리에서 비듬같은 것이 나온다며 그것이 머리를 너무 열심히 박아서 생긴 것이라고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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