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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03. 2016

고등학교 졸업(2)

고등학교에 넘쳐나는 것은 순수함이나 희망, 활기참이 아니다. 폭력성이다. 그때문에 갓 대학생이 된 몇몇 아이들은 폭력성을 간직한 채로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기도 한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은 깨끗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무지일 뿐이다.


S고등학교는 남고였다. 테스토르테론이 폭발하는 남고의 특성상 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그들을 다스리는 선생님도 쉽게 매를 들었다. 한번은 한 선배가 선생님에게 귀를 맞아 고막이 터지는 사건이 있었다.


한 선배가 아침에 등교를 하고 있었다. 복장이 불량했다는 것이 첫 이유였을 것이다. 학교 뱃지가 없었거나, 넥타이가 없었거나, 바지를 줄여입는 것, 셋 중 하나다. 지적을 당한 학생은 선생님이 봤을 때 기분 나쁠 만한 표정을 지었고, 선생님은 뺨을 때리려다가 팔이 더 깊게 들어가 귀를 때려버렸다. 학생은 귀를 잡고 쓰러졌고, 엠뷸런스가 왔다. 이 사건은 내게 꽤 충격적이었다. 선생님이 학생을 때렸다는 것보다는 그 사건의 결과가 말이다. 학생에게는 부모가 없었고 할머니만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손자가 다쳤음에도 신고도 하지 않고 별다른 항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족과 밥을 먹으며 나는 말했다.


"그게 말이 돼요? 청력을 잃을 수도 있는 건데?"


엄마도 역시 이해를 못하지만 그 할머니는 아마 학교와 선생님이 갖는 권력에 대해 어쩔 수 없음 느낀 것일 거라고 했다. 엄마도 아빠도 사건의 내막을 모르니 우리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간접적 경험은 내게 선생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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