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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03. 2016

어학연수: 필리핀

필리핀에는 왜 갔어요?

면접관: "필리핀에 갔다왔네요? 공부 많이 했어요?(웃음)"

나: "네 공부 많이 했습니다. 필리핀에 가기 전에 한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영어로 토론할 실력을 갖추자. 많은 친구들은 필리핀과 캐나다 또는 호주를 연계해서 연수를 갔습니다. 하지만 굳이 비싼 호주나 캐나다에 나가서 공부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에서만 6개월 동안 공부를 했고, 처음 3레벨로 연수원에 들어가 졸업할 때는 최고레벨로 나왔습니다. 연수원에는 7레벨까지만 있었으나 제가 2개월을 남겨두고 벌써 7레벨을 끝내 SD(special discussion)레벨을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사실만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거짓말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저지르는 거짓말 아닐까. 그런 것을 바로 편파보도라고 한다. 필리핀에 대한 나의 말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사실 난 많이 놀았으니까.


면접관: "필리핀에 갔다왔네요? 공부 많이 했어요?(웃음)"

나: "필리핀에 있던 학원은 스파르타 시스템 학원이었습니다. 건물 밖에 나가지를 못하니 가만히 스터디룸에 있어야 했죠. 그런데 1개월이 지나니 친구들과 친해지고 그 중에 몇몇은 연애를 시작하더군요. 뭐든지 빨리 배우는 제가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죠. 저도 연애를 시작했고, 주말에는 필리핀 해변에서 손을 잡고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내가 뭐하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평일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만 쉬는거니까요."


새로 올라갈 레벨이 없어서 SD레벨을 만들었다는 것도 진실이고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도 진실이다. 하지만 호주나 캐나다에 가지 못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였다. 2배가 더 드는 예산을 차마 부모님께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내가 배운 건 영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때는 군대를 제대하고 1년이 지났던 시기였는데, 필리핀 어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군대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군대를 같이 쓰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 틈 속에서 연애 방식이 다양함을 알았고, 수많은 사랑을 지켜보면서 정답과 오답을 발견했다. 내가 했던 연애 역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동남아의 후텁지근한 날씨같은 사랑을 지금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종종 그립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필리핀에서 진짜 좋았는데, 나중에 다같이 갈까?" 말한다. 하지만 나는 두테르테와 총기 살인을 말하며 거절한다.


그런 경험 있지 않나. 나는 정말 좋았는데, 자식이 나중에 하고싶다고 말하면 절대 안 시키고 싶은 경험. 필리핀은 그런 곳이다. '2011년 1월부터 6월'이라는 몇글자 안에 이런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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