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며 살고있지만, 나도 불법다운로드를 이용했던 적이 있다. 물론 돈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w로 시작하는 사이트에 월이용료를 내고 포인트로 영화를 다운받았는데, 그 영화가 토렌트에서 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고, 나도 그것을 알면서 이용했으니 떳떳하지 못할 수밖에. 그때는 취업준비생이라 돈이 항상 부족했다. 영화 <상의원>은 그때 봤던 영화인데, 혹평을 하며 봤다. "바느질이란 두 세상을 하나로 잇는 것이다"라는 대사 하나 말고는 기억나는 장면이 없다. 사실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도 자신 없다.
내가 <신동엽과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를 보고 리뷰를 쓴 것은 맞지만 선생님은 내게 "왜 방송비평을 한 거냐"고 묻지는 않았다. 글을 잘썼다며 장래희망이 뭐냐고는 물어보셨다. 그때 내 꿈은 PD였는데, 기자도 한번 생각해보라고는 하셨다. 하지만 기자라는 꿈을 발화시키지는 않았다. 내가 기자를 꿈꾸기 시작한 건 23살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였다. PD는 단체생활을 잘 해야 할 것 같아 왠지 자신이 없었다. 군대 단체생활이 질려서 협업이 별로 없는 직업이 찾고싶었다.
기자라는 꿈은 내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글쓰는 걸 좋아하게 된 것도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지로 오래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책을 항상 읽고, 글을 항상 쓴다고 생각하지만, 난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만 할 뿐 정작 가장 많이 하는 건 멍때리기다. 글과 책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좋아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유명한 소설의 내용과 작가의 작품을 줄줄 꿰는 사람 앞에서 나는 작아질 뿐이다. 작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