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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Oct 03. 2016

성장과정(1)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며 살고있지만, 나도 불법다운로드를 이용했던 적이 있다. 물론 돈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w로 시작하는 사이트에 월이용료를 내고 포인트로 영화를 다운받았는데, 그 영화가 토렌트에서 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고, 나도 그것을 알면서 이용했으니 떳떳하지 못할 수밖에. 그때는 취업준비생이라 돈이 항상 부족했다. 영화 <상의원>은 그때 봤던 영화인데, 혹평을 하며 봤다. "바느질이란 두 세상을 하나로 잇는 것이다"라는 대사 하나 말고는 기억나는 장면이 없다. 사실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도 자신 없다.


내가 <신동엽과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를 보고 리뷰를 쓴 것은 맞지만 선생님은 내게 "왜 방송비평을 한 거냐"고 묻지는 않았다. 글을 잘썼다며 장래희망이 뭐냐고는 물어보셨다. 그때 내 꿈은 PD였는데, 기자도 한번 생각해보라고는 하셨다. 하지만 기자라는 꿈을 발화시키지는 않았다. 내가 기자를 꿈꾸기 시작한 건 23살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였다. PD는 단체생활을 잘 해야 할 것 같아 왠지 자신이 없었다. 군대 단체생활이 질려서 협업이 별로 없는 직업이 찾고싶었다.


기자라는 꿈은 내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글쓰는 걸 좋아하게 된 것도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지로 오래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책을 항상 읽고, 글을 항상 쓴다고 생각하지만, 난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만 할 뿐 정작 가장 많이 하는 건 멍때리기다. 글과 책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좋아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유명한 소설의 내용과 작가의 작품을 줄줄 꿰는 사람 앞에서 나는 작아질 뿐이다. 작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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