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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r 19. 2017

퇴장하는 어른이란, <로건>

★★★★사라짐은 슬프기보다 아름답다

<스포일러 없음>


-서론

3주 전이었다. JTBC <말하는 대로>에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출연했다. 그는 요즘따라 괜찮은 어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님은 일찍 이혼을 하셨고, 허지웅은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기에 항상 그가 남자 어른의 역할을 해야 했다. 집 안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어른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그런 존재가 없다는 것에 허전함을 느껴오지 않았을까. 그가 알바를 하며 알게 된 부장님은 좋은 분처럼 보였다. 나이가 어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사회의 어른으로서 미안해했다. 허지웅은 그런 부장님이 꽤 괜찮은 어른이라 생각했다. 그가 아르바이트생들의 몇 달치 월급을 들고 도망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로건은 히어로 생활을 하지 않는다. 늙어버린 그는 운전을 하며 외진 곳에 산다.


-줄거리

<로건>의 장르는 히어로 무비다. 하지만 <어벤저스>나 <엑스맨> 시리즈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로건>에 나오는 로건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 히어로 활동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재생 능력도 떨어지는 운전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은 울버린이 아닌 '로건'이다. 미디어와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영웅이나 악당을 만들 때 수식어를 붙인다.


외모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박한별에게 '제2의 전지현'이라고 하거나 허지웅에게 '뇌섹남'이라는 수사 어구를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어떠한 속성도 부여되지 않은 본래의 이름만이 그를 나타낸다. 섹시스타 이효리가 아니고 채식주의자 이효리가 아닌 그냥 이효리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로건>은 인간 로건에 대한 영화이며, 슈퍼히어로 무비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내내 한 가지를 말한다.


'자, 이 녀석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봐'가 아니라 '로건이 언제 싸우고, 언제 싸움을 피하는지 잘 봐'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로건>을 보며 봐야 할 점이 봐로 그 부분이다. 로건은 오히려 싸움을 말리지만, 어떤 순간이 되면 절제하지 않는다.


-메시지

'모든 것을 걸었다'라는 카피가 적힌 포스터를 보면 알수 있듯이, 로건은 그 아이를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한다. 그 아이는 로건 앞에 갑자기 나타난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의 아이이고, 그의 딸도 아닌데 말이다(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총알을 대신 맞는 것은 부모가 아닌 어른에 대한 그의 고민 때문이 아닐까. 몇 명의 어른이 그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위해 피를 흘린다. 음악을 주고, 웃음을 주고, 시간을 준다. 우린 부모가 아닌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가정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속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

그러니까 다시 허지웅 평론가가 고민했던 올바른 어른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가 보자. 0416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아이들이 그대로 물속에 잠겼을 때, 어른에 대한 담론이 일었다. 그대로 있으라며 먼저 탈출해버린 선장과 팔에 힘이 없어 아이를 더 구조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는 한 승객, 그리고 모든 것을 방치한 무책임한 정치인.


로건은 색소 부족으로 알비노로 살아가는 칼리반, 치매와 장애를 가진 프로페서X와 함께 산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미 많이 드러나있다.


이 영화는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훌륭한 지침서다. 후세대에게 어른이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잘 들어가 있는 영화이고, 전혀 다른 히어로 무비이며, <가타카>의 주드로 이후 가장 아름다웠던 퇴장이다. 엄마 아빠와 관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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