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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01. 2017

<고등래퍼>의 실수, 민망하다

<고등래퍼>은 정말 해피엔딩이었을까

"<고등래퍼>에 나와줘서 고맙다."(서출구)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것 같다."(타이거 JK)

"너 랩 진짜 진짜 진짜 잘해."(스윙스)


훈훈한 덕담이 오가며 mnet <고등 래퍼>가 끝났다. MC 그리(김동현)의 출연 소식으로 화제가 되었던 '고등학생 랩 대항전' <고등 래퍼>는 8주 동안 고등학생 래퍼들의 열정, 그들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엠넷은 <쇼미 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쌓여가는 지루함을 극복해냈다. 새로운 랩스타의 탄생,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으로만 남았다면 방송사도 좋고 출연자도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연예인과 하차에 대한 문제다.


출처: 고등래퍼 트위터 https://twitter.com/mnet_smtm


1.잘못을 저지르면 하차한다


길과 노홍철은 음주운전을 하고 <무한도전>에서 하차를 했다. 양세형, 붐, 토니안, 이수근, 탁재훈 등은 불법 도박으로 자숙을 해야 했다. 이외에도 대마초 혐의, 병역 비리 등 범죄 목록은 다양하다.


그중에는 아직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연예인들도 있다. 그들의 죄가 법적으로 더 무거워서라기보다는 괘씸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직업적 특징 때문에, 법적으로 죗값을 치르더라도 복귀 못한다.


MC몽은 병역 비리 문제로 <1박 2일>에서 하차를 했고, 그 이후에 음원은 출시하고 있으나 방송에는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준은 한국에서 군에 입대하겠다고 방송을 통해 약속했다가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입국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 8항을 적용할 수 있다.”를 법적 근거로 들고 있지만, 그보다는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것이고 쉽게 말해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한국땅을 못 밟는다는 괘씸죄에 가깝다.


이외에도 뎅기열 환자 코스프레를 했던 신정환은 해외 원정도박에 대한 죄보다는 거짓말에 대한 괘씸죄다. 이렇게 많은 연예인들이 논란에 대해 하차를 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우린 <고등 래퍼>를 보며 한 가지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과거 잘못을 저질렀던 가해자가 청소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양홍원 말이다.




출처: 고등래퍼 트위터 https://twitter.com/mnet_smtm


2.양홍원은 하차하지 않았다


<고등 래퍼> 2화에서 양홍원이 주목을 받자 과거를 폭로하는 증언들이 쏟아졌다. "양홍원 송파 남천초-오금중에서 가장 심한 일진이었음. 학교 폭력으로 신고 여러 번 당했고 생활지도부 밥 먹듯잉 들락날락했다" “지나가는 내 친구 동생 자전거 뺏고, 안 주니까 남의 집 귀한 자식 뺨 걷어 올렸다”, "'고등 래퍼' 양홍원 송파구에서 알아주는 양아치였다"


하지만 논란 이후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3화에서는 시련을 겪는 양 홍원의 모습, 그 이후에는 다시 실력을 증명하는 양홍원의 인간극장을 보여줬다.


알고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것은 모든 학교에 만연된 것이고, 온라인이 발달한 덕분에 비밀이 사라져서 양홍원이 지나치게 공격당할 수도 있다. 양홍원이 저지른 잘못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한때 싸움을 잘했다며 주먹을 자랑하는 몇몇 연예인들 중에는 학창 시절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에 변화는 중요한 것이 아니니 본질만 보자. <고등 래퍼> 제작진은 모든 비난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양홍원의 인스타그램에 보면 댓글 반응도 그에게 우호적인 것들이 많다.


"과거 일 그런 거 전 신경 안 써요. 그 일들로 오빠가 상처만 안 받았으면 좋겠네요. 랩에만 몰두하시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와 뭐 이딴 놈들이 다 있지 괴롭힘 당하던 모든 애들의 원망이 평생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하게 잡아 끌 것이다."


"무시하고 이쁜 말 만 들어"


출처: 고등래퍼 트위터 https://twitter.com/mnet_smtm


3.결국 문제는 제작진의 태도


논란이 있은 후에 쏟아지는 댓글을 보면, <고등 래퍼> 제작진이 양홍원에게 하차를 권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음주운전이 잠재적 살해행위였고, 대마초가 법이 마약으로 규정해놓은 것을 소비한 죄에 비해 고등 래퍼의 시청자들은 학교폭력에 대해 상당히 관대했다. 양홍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과했다는 내용이 공식 의견으로 발표되긴 했다. 하지만 공식 의견과는 달리 <고등 래퍼>의 마지막 엔딩만 보면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나 스스로에 대한 다짐뿐이었다. 마치의 영화 <밀양>의 한 장면 같았다.


<밀양>에서 전도연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죄수를 찾아 감옥으로 면회를 간다. 죄수에게 들은 말은 하나님이 자신을 용서했다는 것이다. 전도연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먼저 용서를 해버린 것이다. 그동안 논란이 일어난다는 사실만으로 연예인들은 하차를 했다. 주로 여성이었고 비디오 유출과 같은 피해자인 경우에도 그래 왔다.


양홍원이 과거에 피해자들에게 찾아가 사과를 했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그것이 최선이었고 더 이상의 액션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어쩌면 <고등 래퍼> 제작진은 양홍원에게 앞으로 미안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시청자들은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양홍원을 보고 싶었지 가해자도 마음고생했다는 그림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 제작진의 안이한 태도가 양홍원에게는 짐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시청자들이 용서도 해주기 전에 그것은 그리 큰 잘못이 아니라면 스스로 용서를 해버린 것만 같다.


"그 기사가 나온 뒤에는 홍원이가 밤에도 가위도 눌리면서..."(아버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 실수를 인정하고 안 하는 게 중요한 거야."(아버지)

"이번 기사 터지고 나서 한 번 더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양홍원)


마지막 엔딩에는 기사가 터진 후 힘들어했던 양 홍원을 보는 가족들의 안타까움과 그런 가족들에게 미안한 양 홍원의 모습뿐이었다. 어느새 래퍼 양홍원은 남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이 아닌 상처를 입은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의 잘못은 살다가 한 번쯤은 할 수 있는 '실수'가 되어있었다.


끝내 양홍원은 하차하지 않고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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