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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02. 2017

시간에 대한 일상적 판타지, <타이밍>

[김작가의 만화 일기]

어제도 그랬다. 무심코 본 스마트폰에 적혀있는 3시 33분. 나도 모르게 '누군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시간 조종'은 고전적인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오랫동안 창작자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시간에 대한 욕망과 판타지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과학이 발달해도 시간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라는 사실뿐이다. 여전히 시간은 마치 신이 부여한 것처럼 인간은 그 앞에서 무기력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의문에 일 때, 상상을 한다. 시와 분이 한 가지 숫자로 일치할 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거나, 갑자기 조용해질 때, 귀신이 지나가고 있다는 상상처럼 말이다. 강풀 작가의 <타이밍>은 바로 그런 경험,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시간'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시도가 많았던 만큼 시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진부해지기 쉽다. 강풀은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타이밍>은 히어로물과 결합시켰다. 10분 후를 보는 장세윤, 미래의 참사를 보는 박자기, 시간을 멈추는 김영탁, 10초를 되감는 강민혁. <타이밍>은 이 네 명의 능력자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마주하며 겪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사는 능력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한국형 히어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낯부끄러울 수 있다. <타이밍>에 붙이기에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무당과 저승사자의 캐릭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두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산 사람의 시간을 예측하고 죽은 자와 대화하는 것이 무당의 일이고, 산 자의 시간을 멈추는 것이 저승사자의 역할이다. 일상의 빈틈에 판타지를 접목하는 강풀의 상상력과 어울리는 캐릭터다. 한 번쯤 시간을 조종하는 상상을 해본 독자라면 시간을 내서 <타이밍>을 읽어봐도 좋겠다.


-나의 밑줄 

"세상에는 죽을 운명의 사람들과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닌데도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누구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는 게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다 살게 하는 것이다."(저승사자)


+김작가의 글은 여기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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