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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02. 2017

대신 울어주는 사람들, <아만자>

[김작가의 만화 일기] "부모님에게 선물하세요"


사람을 두고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 주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한 가지로 충분히 설득된다. 사람은 자신의 고통에는 눈물 흘리지 않으나, 타인의 아픔에는 슬피 운다. 특히 그 타인이 가족이라면 더 그렇다.


난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갖은 고통을 잘 참았고, 아파도 티를 내지 않았다. 참을성 많은 나를 보며 부모님은 장하다며 칭찬을 하시곤 했다. 그 말이 듣기 좋아 더 잘 참으려 했다.


어느날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바로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넘어지던 어머니를 잡았다. "엄마 잠깐 어지러워서 그랬어. 괜찮아" 하지만 안방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보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아픈 건 힘들 뿐이지만, 가족이 아픈 건 너무 슬픈 일이다.


김보통의 <아만자>는 어느날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만자'라는 말은 '암환자'를 발음나는대로 적은 것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장난스러움처럼 <아만자>의 주인공은 내내 장난을 치거나 (그의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헛소리를 한다. 주인공은 우울해지지 않으려 헛소리를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은 독자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한다. 주인공은 쉽게 울지 않는다. 영국에 가고 싶다, 피쉬앤칩스를 먹고 싶다고 말하지만 본인도 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만자>의 그림체는 단순하다. 이목구비는 점으로 이루어져 모든 캐릭터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이목구비 외의 특징들로 엄마와 아빠, 주인공을 구분한다. 그래서 더 눈에 띄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의 주름살이나 눈물 같은 것들이 말이다.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주인공의 상상 속 세상이 마치 모험을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비커리를 찾으러 동쪽으로 가는 주인공의 몸은 점점 부서지고 간혹 사라지기도 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귀여운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진통제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꿈 속에서는 자유롭게 걸어다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몸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극심한 고통은 꿈 속에서 몸이 바스라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아만자>를 보며 많이 울었다. 머릿말에 써놓았듯, 김보통 작가가 이 만화를 투병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가 <아만자>를 보고 슬퍼하고 소중한 것을 더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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