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읽는 사람은 섹시하다

멸종 위기 동물, 독서류 인간들

by 김작가



'섹시'에 대한 용어의 뜻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 하겠다. 그 의미는 본래 성적인 매력을 칭찬할 때 쓰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지만 요즘엔 더 넓게 쓰이고 있다.


누구는 피피티가 섹시하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글이 섹시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삼박하다'와 유사한 표현이다. 잘 만들었다는 말보다는 다르게 더 크게 칭찬하기 위해 섹시하다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물에 성적인 매력이 있을 수는 없지 않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51014004534_1_filter.jpeg


책을 읽는 사람이 섹시한 이유는 독서하는 인구가 희귀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자와 남자 모두 마찬가지다.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지하철에서 책을 펴놓고 읽는 사람은 한 칸에 5명 정도 될까. 꽉 차있는 상태에서도 1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희귀함이 첫번째 이유, 두번째는 기대감이다. 무슨 책을 읽는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으레 하는 묻는 말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말고도 물어볼 질문이 있다는 게 반갑기 그지 없을 것이다.


또 책 읽는 사람들은 보통은 다름과 틀림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독서하는 행위가 배움에 기반하고 내가 생각지 못한 것을 들으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독서편력을 일삼는 사람은 갈수록 자신의 주장만 공고히 하곤 한다. 자신감은 가지되 확신하지 않기가 힘들다. 사실이 아닌 감정에서 조차 니 감정은 틀리고 내 감정이 맞다고 우기는 시대가 아닌가.


책 읽는 사람이 만나고 싶다. 위대한 인물의 스승이 책일 뿐만 아니라 책의 스승 또한 책이었다. 글쓰는 사람의 섹시함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이는 더 드물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엔 더 쉬워졌지만 드러내는 사람은 더 적어졌다.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쉽고 글로 표현하기란 어렵다. 글과 사진의 우열을 나눌 수는 없지만 글쓰기란 어렵고 사진찍기란 보다 쉽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도구만 있으면 찍을 수는 있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펜이 있다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펜은 글을 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수단은 머리에 있다.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과 습관, 행동양식, 만나는 사람, 평소 읽은 책이 그 머릿 속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착한 거짓말로 포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