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한 성숙함에 대하여

by 김작가

아싸한 성숙함에 대하여

끝이 안 나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연애, 결혼, 인간관계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 이 모든 주제는 성숙함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끝이 안 나는 이유는 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남들에게 '살아보니 이게 정답이더라고요'하며 명쾌한 해답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즉문즉설에서나 아침마당에서나 위와 같은 고민이 끊임없이 돌고 도는 이유는 아무도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주제는 즐거워야 함이 옳은데 대부분 안 좋게 끝난다. 카페는 대한민국 자살률 저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카페에서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최선을 다해 목청을 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는 척하는 사람 모두 고민을 해소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카페가 없었을 땐 어떻게 살았을까.

카페 릴리브에서 커피를 마셨다. 카페인을 한 모금 마시니 마음의 소리가 더 잘 들렸고, 가만히 있으니 옆 테이블의 대화가 바로 옆에서 앉은 것처럼 들렸다. 어른이 된다는 것과 성숙한다는 건 숫자와는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이나 횟수 따위와는 무관한 사람을 워낙 많이 봤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숫자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당신을 무척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오늘 참 달이 예쁘네요"라며 잴 수 없는 표현을 하는 말이 더 좋다. 나쓰메 소세키처럼 말이다. 김치를 숙성시키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간을 두는 것처럼, 나도 방 안에서 책이나 읽으며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 좋겠다. 아삭김치모드를 켜놓고 고춧가루를 품은 채 고요하게 성숙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아싸한 중독성이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많이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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