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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나라를 먹다가

by 김작가

까르보나라를 먹다가

스파게티를 모르던 아이가 1000원짜리 봉지 스파게티를 사 먹고. 스파게티만 알던 애가 크림 파스타와 오일 파스타를 고른다. 수많은 동사 중 굳이 나이에 '먹는다'는 단어가 붙은 건 우연이 아니겠지. 요리의 이름을 알고 하나씩 먹어가는 과정이 내게는 또 하나의 역사로 기억된다. 이제는 습관이 된 음식을 먹기 전 ‘찰칵’. 이렇게 익숙해진 행위처럼, 익숙해진 바다 건너 어색한 외국요리의 이름은 어느새, 처음부터 옆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외울 수 있는 요리의 이름이 늘어났다. 그런데 난 까르보나라라고 발음하는 내가 싫다. 그 맛을 기억하고, 이름에 반응해 배고픔을 느끼는 내가 싫다. 이제는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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